뮤지컬 ‘에밀’外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6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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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념을 위해 한 걸음씩 걸어간 이들이 있다. 세상은 비난을 쏟기도 하고, 뜨거운 지지를 보내기도 한다. 이들을 비춘 뮤지컬, 전시가 관객들을 맞는다. 》

뮤지컬 ‘에밀’

진실을 외치는 고단하고도 격정적인 여정

뮤지컬 ‘에밀’의 박영수 박유덕 정동화(위부터) 프로스랩 제공
뮤지컬 ‘에밀’의 박영수 박유덕 정동화(위부터) 프로스랩 제공
프랑스 유명 작가 에밀 졸라와 그를 동경하는 가상의 청년 클로드가 보낸 하루를 그린 2인극 창작 뮤지컬이다. 에밀 졸라는 유대계 프랑스 육군 장교 드레퓌스가 독일의 스파이로 지목되자 선언문 ‘나는 고발한다’를 통해 드레퓌스가 무죄라고 주장한다. 이로 인해 프랑스에서 격렬한 비난에 시달린다.

‘드레퓌스 사건’의 재심을 준비하며 하루하루를 견디던 에밀 졸라는 클로드가 찾아오자 날을 바짝 세운다. 에밀 졸라는 작가 지망생이라는 클로드에게서 자신과의 공통점을 발견하곤 조금씩 마음을 연다. 자연 속에서 자유를 만끽한 기억, 궁핍했던 시절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암살 위협을 받는 나날에서 벗어나 즐거움을 만끽하는 미래를 상상하기도 한다.

에밀 졸라 역은 박영수 박유덕 정동화가 맡았다. 클로드는 구준모 김인성 정지우가 연기한다. 정동화는 예민하면서도 신념을 굽히지 않는 에밀 졸라를 몰입감 있게 그려낸다. 구준모는 순수해 보이지만 서서히 정체를 드러내는 클로드를 매끄럽게 연기한다. 묵직한 넘버와 서정적인 넘버들이 교차하며 이야기와 세련되게 어우러진다. 신념을 지키는 삶이 어떤 것인지, 이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지 설득력 있게 풀어냈다. 수수께끼로 남은 1902년 에밀 졸라의 가스 중독 사망 사건에서 영감을 얻어 김소라 작가가 극본을 썼다.

9월 1일까지.
전석 6만 6000원.

뮤지컬 ‘등등곡’
어지러운 세상, 각기 다른 꿈을 향한 질주

뮤지컬 ‘등등곡’의 김재범 김바다 강찬(위부터) 나인스토리 제공
뮤지컬 ‘등등곡’의 김재범 김바다 강찬(위부터) 나인스토리 제공
1591년 한양 인근. 해괴한 탈을 쓴 젊은 선비들이 춤추며 논다. “사람이 사람이 아니로세. 죽어서는 의미가 없으니 살아서 노세”라며. ‘등등곡’이라는 놀이로, 이 모임은 ‘등등회’라 불렀다. 등등회는 서인의 자제로 구성됐다. 역모 혐의로 동인이 대거 목숨을 잃은 기축사화(己丑士禍)와 관련, 모반의 주역으로 알려진 길삼봉이 살아 돌아왔다는 소문이 퍼진다. 등등회에 속한 다섯 명은 각자 꿈꾸는 세상을 향해 달리기 시작하는데….

조선시대 역사서 연려실기술에 기록된 놀이 ‘등등곡’과 기축사화를 바탕으로 만든 창작 뮤지컬이다. 어지러운 세상에서 노는 것을 즐기는 등등회의 수장 김영운 역은 김재범 유승현 김지철이 맡았다. 허무함 가득한 천재 최윤은 김바다 정재환 안지환이 연기한다. 영운의 종으로 글재주가 뛰어난 초 역은 강찬 박준휘 김서환이 맡았다. 기축사화의 중심에 있는 서인 정철의 아들로, 술과 풍류로 죄책감을 달래는 정진명은 박선영 김경록이 연기한다. 황두현 임태현은 영의정의 아들로 태어나 이름을 날리길 원하지만 늘 최윤에게 밀리는 이경신 역에 발탁됐다. 이들은 각자 마음 속 깊이 품었던 생각을 드러내며 질주한다. 새로운 소재가 선사하는 흥미로움과 개성 강한 인물들이 뿜어내는 에너지가 무대를 채운다.

8월 11일까지 4만∼7만 원.

전시 ‘리얼 뱅크시’(REAL BANKSY: Banksy is NOWHERE)
발랄하고 전복적인 상상력, 현실을 뒤흔들다

뱅크시의 작품 ‘꽃 던지는 소년’(왼쪽 사진)과 ‘네이팜’ 아튠즈 제공
뱅크시의 작품 ‘꽃 던지는 소년’(왼쪽 사진)과 ‘네이팜’ 아튠즈 제공
‘꽃 던지는 소년’(2003년), ‘펄프 픽션’(2004년), ‘몽키 퀸’(2003년)….
영국 출신 ‘얼굴 없는 화가’ 뱅크시의 작품과 영상 등 13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국내에서 열린 뱅크시 전시 중 최대 규모다. 이번 전시에는 뱅크시가 설립한 인증기관인 ‘페스트 컨트롤’의 공식 인증을 받은 그의 작품 29점이 포함됐다.

4개 섹션으로 구성된 전시는 지하 4층에서부터 시작한다. 첫 번째 섹션에서는 뱅크시가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의 장벽 옆에 세운 ‘월드 오프 호텔(Walled Off Hotel·벽에 가로막힌 호텔·2017년)’ 영상과 영국에 만든 ‘디즈멀랜드’(2015년) 영상을 볼 수 있다. ‘월드 오프 호텔’은 ‘세상 최악의 뷰를 자랑하는 호텔’로 지난해까지 운영됐다. ‘디즈멀랜드’는 파파라치에게 둘러싸인 신데렐라, 호수 위 난민 보트 등으로 디즈니랜드를 풍자했다. 전시장에는 14m의 디즈멀랜드 드로잉이 그려져 있고 전시팀이 제작한 회전목마도 있다. 이어 한 개 층씩 올라가며 관람하면 된다.

‘풍선을 든 소녀’(2004∼2005년)는 2019년 소더비 경매에서 낙찰된 직후, 액자 아래로 그림이 내려가면서 문서가 파쇄되듯 잘려져 화제가 됐다. 전시에서는 이 작품의 다른 에디션을 볼 수 있다.

베트남전쟁 때 네이팜탄 피해를 입은 소녀의 두 팔을 맥도널드 마스코트 로널드와 미키마우스가 잡고 있는 ‘네이팜’(2003년)도 있다. 이들 기업의 돈이 한쪽에서는 무기로 사용되고 있음을 지적한 것. 발랄하고 전복적인 상상력은 예술의 역할을 생각하게 만든다.

10월 20일까지. 성인 2만 원. 어린이 청소년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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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에밀’
전석 6만 6000원 상당 10명(5쌍)

뮤지컬 ‘등등곡’
S석 5만 원 상당 10명(5쌍)

전시 ‘리얼 뱅크시’
2만 원 상당 20명(10쌍)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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