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예능 원조 ‘짝’ 이후 방송 봇물
경쟁 심해지며 자극적 연출 일삼아
일부 성차별-과도한 스킨십 ‘눈살’
“전 그냥 신령님이 점지해준 사람 만날 거예요. 신령님이 보시기에 그게 편안하니까 그렇게 알려주셨겠죠.”
선언하듯 말은 했지만 신령님이 알려준 사람과 마음이 이끌리는 사람 사이에서 ‘MZ 무당’ 출연자는 갈등하기 시작한다. 서로 이름만 알고 있던 출연자들이 직업을 공개하는 시간. 가방에서는 명함이나 졸업장 대신 방울, 오색기 같은 무속인의 ‘무구(巫具)’와 타로카드, 사주책이 하나씩 나온다. “내 말이 맞지! 눈동자가 이상했다고!” 출연자들은 웃으며 서로의 ‘신기’를 궁금해하기 시작한다.
최근 시작한 SBS 연애 예능 ‘신들린 연애’의 한 장면이다. 남녀 MZ 점술가 8명이 연애운을 점치며 운명의 상대를 찾아 나가는 이 예능은 “신선하다”는 평가와 “하다 하다 출연자들이 스스로 점을 치는 연애 프로그램까지 나온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등 평가가 엇갈렸다. 하지만 방송 2회째 만에 동 시간대 전 채널 중 20∼49세 기준 시청률 1위를 차지하며 화제성만큼은 입증했다.
한국 리얼리티 연애 예능 원조 격인 SBS ‘짝’이 흥행하자 최근 몇 년간 연애 예능이 쏟아졌다. 이별한 커플들이 출연하는 ‘환승연애’(TVING), 남매들이 서로의 연애를 도우며 가족애를 부각한 ‘연애남매’(JTBC) 등 콘셉트를 변주한 합숙형 관찰 연애 예능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한 콘텐츠 제작사 관계자는 “북미권 연애 예능은 대부분 성적인 끌림을 부각하는 포맷인 데 비해 한국 연애 예능은 출연자들의 서사를 부각하는 특유의 섬세함과 영상미가 있다. 한국 포맷이 오히려 해외로 활발하게 수출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경쟁이 심해지면서 자극적인 연출과 편집에 따른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SBS Plus와 ENA가 공동 제작한 ‘나는 솔로’는 지난해 출연자의 성차별 발언을 여과 없이 내보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법정 제재인 ‘주의’를 받았다.
지난주 종료된 20기 방송에서는 출연자들이 합숙 도중 적나라한 스킨십을 하는가 하면, 한 여성 출연자가 남성 출연자에게 “우리 숙소에 들어가지 말자”고 얘기한 것이 방송되는 등 수위 높은 ‘마라맛’ 편집을 보여줬다. 시청률은 3%대로 최근 6개월 중 가장 높았지만 “방송을 보기 거북할 정도”라는 비난도 쏟아졌다. 해당 출연자는 “사실과 편집본이 매우 다르다. 악성 댓글을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출연자들을 향한 시청자들의 조롱과 사생활 침해가 과도하다는 우려 역시 나온다. 최근 종영한 JTBC ‘연애남매’ 속 한 남성 출연자는 뛰어난 외모와 체격으로 등장부터 주목받았지만 여성 출연자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다가 ‘회피형 남자’의 대명사로 불리며 온라인에서 비난을 받았다. 결국 이 출연자는 “반성을 많이 했다”고 사과까지 했다. ‘나는 솔로’를 통해 결혼한 한 출연자는 “사람들이 남편에게 다이렉트메시지(DM)를 보내 ‘지금 아내가 다른 남자랑 술 먹고 있는데 아느냐’고 묻는다. 우리가 불행하기를 바라느냐”며 사생활 침해에 대한 불쾌감을 표하기도 했다.
동성애자, 양다리 의혹으로 구설에 오른 출연자들도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연애 예능을 통해 일반인들이 쉽게 유명인이 되면서 이들을 강도 높게 비난하고 사회적으로 매장하는 문화가 또한 확산되고 있다. 방송 제작진은 정도를 지켜야 하고, 시청자들도 지나친 비난을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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