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저자… 변호사에서 무용수로 변신해 활동
장애를 능력으로 바꾸는 안무… ‘정상성’이란 사회 논리에 화두
◇온전히 평등하고 지극히 차별적인/김원영 지음/359쪽·1만9000원·문학동네
‘턴아웃 동작’은 고관절을 바깥으로 돌려 양발의 뒤꿈치를 서로 맞붙게 하는 발레의 기본 자세다. 발끝을 세워 몸을 곧추세우는 푸앵트 동작은 19세기에 발명된 후 발레리나라면 누구나 선보여야 하는 필수 동작이 됐다. 둘 다 두 발을 땅에 튼튼하게 지탱할 수 있는 신체여야 가능하다. 걸을 수 없어 기어다녀야 하고, 다리를 쓰지 못해 상체보다 한참 가느다란 다리를 가진 이라면 엄두를 낼 수 없다.
선천적 골형성부전증으로 휠체어를 탄 장애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저자는 ‘도덕규범 없이 장애인의 몸이 아름다울 수 있는가?’라는 근원적 질문을 던진다. 어렸을 적 그의 경험에 따르면 답은 ‘아니요’다. 어머니는 그에게 “손님이 있을 땐 기어다니지 말라”고 조심스레 말했고, 장애로 툭 튀어나온 손자의 가슴을 쓸어내린 할머니는 “(더 이상) 불거지지 말라”고 기도한다.
자라면서 차별의 경험을 켜켜이 쌓아온 저자의 눈에는 무력한 자신보다 민첩하게 달려와 휠체어를 들어주는 비장애인 친구의 몸이 더 아름답다. 신체 대신 언어에 의해 능력이 좌우되는 변호사를 직업으로 택한 것도 그래서다. 그는 전작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등을 통해 글 잘 쓰는 변호사로 알려져 있다.
저자는 2020년부터 무용수 겸 공연 창작자로 살아가고 있다. 말에 기대는 변호사 대신 순수한 몸의 아름다움으로 평가받아야 하는 도전을 택한 것이다. 처음엔 신체의 한계에 부딪혔지만, 점차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작품을 선보이며 ‘정상성’이란 사회의 논리에 저항하고 있다. 발레리노가 발레 동작은 더 잘하겠지만, 그가 공연한 ‘현실원칙’ 안무 중 기어다니는 동작은 쉽게 따라 하지 못할 것이다. 저자는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몸은 ‘능력’ 측면에서는 지극히 불평등하지만, 제각기의 ‘힘’을 가졌다는 점에서는 온전히 평등하다”고 말한다.
개인의 경험에서 확장해 춤의 역사를 다룬 점도 인상적이다. 예컨대 비유럽계 이민자나 장애인 등을 전시품으로 등장시킨 유럽과 미국의 ‘프릭쇼’, 한국 전통무용 중 장애인을 호출한 ‘병신춤’ 등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타자화된 몸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은 복잡하다. 프릭쇼가 장애 차별적인 착취임이 분명하지만, 한편으로는 사회에서 배제된 이들이 직업적으로 활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됐기 때문이다.
비정상의 몸이 이른바 ‘정상’의 시선과 제약에만 묶여 있던 건 아니다. 세 살 때 소아마비를 앓은 전통 무용수 김만리는 중증 장애인의 몸으로 신체를 가장 잘 드러내는 레오타드만 입은 채 무대 전면에 등장하는 파격을 시도한다. 장애인의 신체적 특징을 활용한 영국 캔두코 무용단, 자기 의도대로 통제가 되지 않는 몸의 움직임을 그대로 드러낸 배우 백우람의 사례도 나온다. 독자들은 서로 다른 몸이 각자의 방식으로 존재하는 아름다움과 경이로운 순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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