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 좔좔 고갈비의 매력… ‘노릇노릇 부산’ 전시회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7월 1일 16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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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광복동 ‘고갈비 골목’. 1960~80년대 부산 청년들에게는 향수 어린 골목이다. 당시 흔한 생선이었던 고등어의 배를 갈라 연탄불에 노릇하게 구워내 막걸리 한 사발을 곁들여 먹었다. 허기는 채워졌고 취기는 올랐다. 육고기를 사 먹을 돈이 없어 고등어를 ‘뜯었’지만 그만의 낭만이 있었다. 고등어구이를 ‘고갈비’로, 소주는 ‘이순신 꼬냑’으로, 막걸리는 ‘야쿠르트’란 애칭으로 불렸다. 당시 ‘광복동 스타일’이었다.

고등어를 주제로 한 전시가 부산에서 지난달 25일 개막해 12월 1일까지 이어진다. 부산해양자연사박물관과 국립민속박물관의 공동전시 ‘노릇노릇 부산’이다. 부산해양자연사박물관 기획전시실에 마련된 전시는 광복동 고갈비 골목과 부산 자갈치 시장을 재현하는 등 고등어를 중심으로 부산의 해양수산문화를 보여줄 수 있도록 꾸며졌다. 여름 휴가차 부산을 찾은 가족 피서객들이 아이 손을 잡고 가볼 만한 실내 전시다.

부산의 ‘고등어의 도시’다. 현재 우리나라 고등어의 90%가 부산에서 생산, 유통된다. 이에 고등어는 2011년 부산의 시어(市魚)로 지정되기도 했다. 부산해양자연사박물관 배효원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에서는 고등어의 생물학적 특징 뿐 아니라 ‘고갈비 문화’ 등 문화사적인 측면도 상세히 다뤘다”고 했다.

전시장 한편에는 광복동 고갈비 골목과 고갈비를 구워 먹는 모습을 재현했다. 자갈치 시장을 재현한 코너에는 명태, 고등어, 멸치 등 다양한 생선 모형을 설치했다. 실제 어시장에서 쓰이는 주황색 천막과 파라솔은 물론, 자갈치 시장의 사진을 곳곳에 배치해 더욱 실감나도록 했다. 지난달 30일 6살 아들과 함께 박물관을 찾은 변승민 씨(35)는 “요새 어시장이 흔하지 않은데 아들과 함께 체험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전시장 초입에는 일렁이는 물 영상과 배에서 어류를 유인하기 위해 켜는 집어등이 함께 전시돼 있었다.

부산의 수산물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전시품도 소개됐다. 부산공동어시장에서 제공받아 전시한 경매사의 옷과 갈고리, 녹음기 등이 대표적. 실제 경매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기록원이 수기를 남기는 동시에 경매사의 육성을 녹음해 착오를 방지했단다.

고등어는 선조들의 식탁에도 자주 오른 대표 생선이었다. 1454년 지어진 세종실록지리지(世宗實錄地理志)에서는 “주로 청어, 고도어(고등어의 옛 말)가 난다”라고 해 오래전부터 우리나라에서 고등어를 즐겨 먹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부산에서 유래한 ‘고갈비’는 이제 전국구 음식이 됐지만 ‘맛’이 다르다. 고등어 산지인 부산에서는 굽기 6시간 전 생고등어에 소금을 친다. 오래 염장된 고등어와 달리 담백하고 신선한 맛을 맛볼 수 있다. 하지만 어족 자원이 감소하고 먹거리가 다양해지면서 한때 12개 가게에 몰려있던 광복동 고갈비 거리는 이제 절반 이상이 폐업한 상태가 됐다. 대신 2017년 충무동 골목시장에 고갈비 특화 거리가 마련됐다. 고등어 전시를 보고, 고갈비 거리를 찾아가면 ‘세월의 맛’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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