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긴 한국서 아이 낳아라?… 가짜 노동 줄이는게 저출생 해법”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7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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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노동’ 덴마크 인류학자 뇌르마르크 방한

‘가짜 노동’과 ‘진짜 노동’의 저자 데니스 뇌르마르크는 1일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가짜 노동’에 투입되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한국 저출생 문제의 해법”이라고 말했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가짜 노동’과 ‘진짜 노동’의 저자 데니스 뇌르마르크는 1일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가짜 노동’에 투입되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한국 저출생 문제의 해법”이라고 말했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한국처럼 근로시간이 긴 나라에서 아이를 많이 낳으라는 것 자체가 양립될 수 없는 이야기죠.”

‘가짜 노동’으로 세계적 관심을 끈 덴마크 인류학자 데니스 뇌르마르크는 1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노동 현실을 얘기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불필요하고 비생산적인 이른바 ‘가짜 노동’에 투입되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야말로 한국 저출생 문제의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폐막한 서울국제도서전에 참여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그가 철학자 아네르스 포그 옌센과 함께 펴낸 ‘가짜 노동’(자음과모음)은 2022년 8월 출간 이후 국내에서만 10만 부가 팔렸다. 올 4월 출간한 ‘진짜 노동’(자음과모음)은 3만 부가 판매됐다.

그는 ‘가짜 노동’에 대해 “할 필요가 없는 일, 하든 안 하든 상관없는 일, 가치를 별도로 창출하지 않는 일”이라고 정의하며 “겉으로 보기에는 있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무도 원하지 않는 미팅이나 긴 보고서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일터에 실속 없는 장시간 근로가 만연해 있다는 그의 지적은 현대 노동문화의 정곡을 찔렀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내에서 그의 책이 인기를 끌고 있는 데 대해 “책에 대한 공감이 한국에서도 있었다는 얘기”라며 “그만큼 의미 없는 일을 하고 있는 분들이 많다는 얘기여서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2022년 기준 1901시간으로 콜롬비아, 멕시코, 코스타리카, 칠레에 이어 세계 5위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근로시간이 짧은 덴마크(1372시간)에 비해선 529시간 길다. 그는 “단시간 내 경제 발전에 성공한 한국에서 노동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고 있다”면서도 “이제는 조금 여유를 갖고 삶을 향유하는 데 집중할 때가 아닐까”라고 말했다.

가짜 노동 문제가 한국의 저출생 해결에 관건이라는 시각도 제시했다. 그는 “인생은 한정돼 있는데 일에 시간을 많이 쏟으면 그만큼 다른 걸 할 수 없다. 가짜 노동을 줄이면 육아에 더 많은 시간을 쏟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22년 덴마크 합계출산율(1.6명)은 한국(0.8명)의 2배 수준이다. 뇌르마르크 역시 4명의 자녀를 둔 아빠다.

주 4일제가 오히려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덴마크의 데이터 전문기업 IIH노르딕은 주 4일제 전환 후 직원들의 스트레스 지수가 최저로 떨어졌고, 병가는 50% 줄었으며, 세전 수익은 약 2배로 급증했다. 그는 “할 일이 없으면 집에 가자”며 “시간이 곧 생산성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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