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효림의 베스트셀러 레시피] |
많은 사람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는 베스트셀러. 창작자들은 자신이 만든 콘텐츠가 베스트셀러가 되길 꿈꾸지만, 실제로 실현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이 희귀한 확률을 뚫고 베스트셀러가 된 콘텐츠가 탄생한 과정을 들여다본다. 창작자의 노하우를 비롯해 이 시대 사람들의 욕망, 사회 트렌드 등을 확인할 수 있다. |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클레이하우스·2022년)는…. |
차분한 동네 휴남동에 문을 연 ‘휴남동 서점’. 서점을 운영하고 이 곳을 드나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잔잔하게 그리며 숨 쉴 틈 없이 빡빡하게 살다 지쳐 버린 이들이 서로를 통해 힘을 얻고 다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장편 소설이다. 영주는 결혼 생활에 스스로 마침표를 찍은 후 깊은 우울감에 시달리다 서점을 연다. 민준은 좋은 성적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갖가지 스펙을 쌓았지만 취업에 연달아 실패하고 휴남동 서점에서 바리스타로 일한다. 비정규직은 아무리 애써도 정규직이 될 수 없는데다 업무 성과까지 빼앗기자 회사를 그만두고 명상과 뜨개질에 몰두하는 정서, 모든 것에 흥미를 잃고 무기력감에 빠진 고교생 민철, 일하지 않고 놀기만 하는 남편과 갈등을 겪는 원두 로스팅 가게 대표 지미 등 주위에 존재할 법한 평범한 이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휴남동 서점에서 천천히 서로를 알아간다. 그리고 차츰 마음을 연다. 서점을 연 후 한동안 멍하게 앉아 있던 영주는 점점 서점 운영에 의욕을 보인다. 민준은 커피 내리는데 온전히 집중하며 바리스타로서 실력을 키운다. 정서는 자신을 잠식했던 분노를 잠재우려 한다. 이들은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봐주고 받아들이는 서로를 통해 응어리를 풀고, 상처를 회복해 나간다. 극적인 요소 없이 차분하게 흘러가는 이들의 일상은 담백하다. 세상이 정한 기준에 맞추지 않고, 자기만의 방식과 속도로 살아가도 그 자체로 충분하다는 걸 가만히 전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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