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관람 중에 앞에 있는 한국 분이 젓가락으로 도시락을 드시더라고요. 젓가락을 들고 있는 모습이 마치 울버린의 ‘클로’(칼날이 여러 개 달린 무기) 같았습니다. 하하.”
호주 출신 배우 휴 잭맨(56)은 4일 서울 종로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영화 ‘데드풀과 울버린’ 기자간담회에서 호탕하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전날 한국에 입국하자마자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의 프로야구 경기를 관람한 소감을 묻자 자신이 맡은 역인 ‘울버린’답게 농담을 던진 것이다. 한국에서 ‘남자 중의 남자’라는 애칭으로 불릴 정도로 인기가 많은 잭맨이 한국을 방문한 건 이번이 6번째다.
‘데드풀’ 역을 맡아 3번째 방한한 캐나다 출신 배우 라이언 레이놀즈(47)도 “평생 야구경기를 관람한 게 두 번인데 그 중 한 번이 어제 본 경기다. 딸의 가장 친한 친구가 한국인”이라며 한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레이놀즈는 잭맨과 함께 한복을 선물로 받고 몸에 걸친 뒤 “데드풀 수트를 입으면 초능력이 생기는 것만 같은데 한복을 입으니 비슷한 느낌이 든다”며 해맑게 웃었다.
이날 간담회에는 잭맨, 레이놀즈, 숀 레비 감독이 참석했다. 세 사람은 약 1시간 동안 이어진 간담회에서 손가락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고 수시로 유쾌한 농담을 던졌다. 레이놀즈는 “데드풀과 울버린이 용감한 전사인 만큼 한국 최전방에 배치했으면 좋겠다”고 장난스레 말했다. 잭맨은 “2009년 서울시 홍보대사를 맡은 적이 있다. 여전히 홍보대사로 느껴질 정도로 한국을 좋아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24일 개봉하는 신작은 데드풀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다. 전편인 ‘데드풀’(2016년)과 ‘데드풀 2’(2018년)는 국내에서 각각 332만 명과 378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레이놀즈는 “데드풀 시리즈가 한국을 포함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걸 보면서 감격했다”고 했다.
신작은 히어로 생활에서 은퇴한 후 평범한 중고차 딜러로 살아가던 데드풀이 울버린을 찾아가며 펼쳐지는 우정 서사다. 시종일관 유쾌한 농담을 던지는 데드풀과 과묵하고 진중한 성격의 울버린이 만났다는 점에서 ‘상반된 케미’가 주목받고 있다. 레비는 “액션, 유머, 감동을 선사하는 여름에 딱 맞는 블록버스터”라며 “갈등으로 시작해 연대로 발전해가는 우정 이야기를 우리 세 사람이 힘을 합쳐 그려냈다”고 설명했다.
영화계는 신작이 디즈니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구세주가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배우 박서준이 출연한 영화 ‘더 마블스’가 지난해 11월 개봉했지만 국내 관객 수가 69만 명에 그치는 등 MCU 작품들이 연달아 흥행에 실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를 묻자 레이놀즈는 “마블 영화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은 안다”며 “우리가 추구해온 것은 전 세계 관객에게 즐거움과 용기를 선사하는 일”이라고 에둘러 답했다.
신작이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인 건 흥행에 부담 요소다. 데드풀 시리즈가 성적 수위가 높은 농담을 내뱉고 피가 낭자하게 흐르는 전투 장면이 자주 등장하기 때문이다. 신작은 디즈니가 마블을 인수한 뒤 내놓은 첫 데드풀 시리즈로, 어린이 관객이 많은 디즈니의 색깔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레비는 “디즈니는 처음부터 신작이 기존의 디즈니 작품들과 다를 거라는 걸 이해했다. 영화에 흐르는 피는 ‘데드풀’의 유전자(DNA)”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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