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밤 내 무릎을 베고 잠든 엄마에게 자장가를 불러줄 것이다. 내가 아주 어릴 적 엄마가 내게 그랬던 것처럼.”
학교가 파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 ‘나’는 신호등 초록불이 몇 초 남지 않은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트럭에 치여 사망한다. 딸의 장례식이 끝나고 불면증에 걸린 엄마를 위해 나는 엄마의 꿈속으로 들어가 자장가를 불러준다. 자장가란 누군가를 깊이 사랑하는 음악임을 작가는 깨닫게 한다.
음악을 소재로 한 5편의 단편소설 모음집 ‘음악소설집’(프란츠)에 실린 윤성희의 ‘자장가’ 중 일부다. 작곡가 프란츠 슈베르트(1797∼1828)의 이름을 딴 음악 전문 출판사 프란츠가 기획한 이번 작품집에는 김애란, 김연수, 윤성희, 은희경, 편혜영 등 다섯 명의 소설가가 참여했다.
‘음악’이란 주제를 공유하는 것 외에 각자 자유롭게 써 내려간 다섯 편의 작품에서 작가의 개성만큼이나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다. 각 작품은 삶에서 예상치 못한 이별이나 죽음을 맞닥뜨렸을 때 그 시간을 어떻게 빠져나올 것인가에 대한 저마다의 답변처럼 읽힌다.
책 말미에는 작가들과 편집자가 진행한 인터뷰도 실렸다. 은희경 작가는 “어떤 질문을 갖고 거기에 대해 좀 알아보자는 마음으로 소설을 쓰는 편”이라며 “음악도 한번 들어가서 엿보고 싶은 세계였다”고 말했다. 김애란 작가는 “함께하는 작가들의 이름을 보고 무척 반가웠다”며 “책장을 펼치면 다섯 개의 음악이 흘러나오는 ‘멜로디 카드’로 남을 것 같다”고 했다.
어떤 곡이 재생되는 몇 분 남짓한 시간 동안 우리 안의 감정은 어느 때보다 증폭되곤 한다. 다섯 편의 소설과 함께하는 시간은 삶에서 경험하는 강렬한 순간들을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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