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에 구멍을 뚫어 빛을 가져오고 싶었습니다. 구멍을 뚫으니 ‘쿵’ 하고 소리가 나서 그 소리를 현판에 담았고요.”
속담이나 ‘트집 잡다’ ‘미주알고주알’ 등 우리말의 뉘앙스를 추상화해 이를 누비 이불에 새긴 작품으로 주목받은 이슬기가 새로운 연작 ‘현판 프로젝트’로 개인전 ‘삼삼’을 연다. 전시가 개막한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갤러리현대에서 이슬기는 가상의 구멍을 통해 전시장에 빛이 스며드는 장면을 상상하며 전시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우선 갤러리 3개 층 벽면에 격자무늬를 그렸다. 전통 기법의 ‘긋기 단청’ 장인과 협업한 것으로 가로세로 선이 모시천의 씨실, 날실을 닮은 ‘모시 단청’이다. 사이사이로는 살구색을 칠해 기울어진 노을이 비추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여기에 ‘쿵쿵’ ‘스르륵’ 같은 의성어나 의태어를 새긴 ‘현판 프로젝트’가 걸려 있다. 덕수궁 대한문 현판이 사람만큼 커다랗다는 점을 신기하게 여겨 탄생한 연작이다. 중요한 장소에 상징적 의미를 담는 전통 현판과 달리 작품은 엉뚱한 위치에 의미 없는 글귀를 새겨 상상력을 자극한다. 이 밖에 ‘이불 프로젝트’의 신작, 고대 유물 속 여성 신체의 표현에서 영감을 얻은 ‘쿤다리’ 연작 등 30여 점을 볼 수 있다. 다음 달 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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