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평등 내세운 폭력… 세계 패권 꿈꾸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7월 6일 01시 40분


‘인류 평등’ 내세운 마오주의
그 안엔 폭력-권위주의 모순… 대학살-무장단체 활동에 영향
◇마오주의 전 세계를 휩쓴 역사/줄리아 로벨 지음·심규호 옮김/792쪽·4만3000원·유월서가


오늘날 중국은 미국과 자웅을 겨루는 ‘슈퍼 파워’다. 이에 비해 마오쩌둥 시대(1949∼1976년)의 중국은 왜소해 보인다. 2000만 명 이상의 아사자를 낸 대약진 운동(1961∼1962년)이나 학생이 스승을 조리돌림하던 문화대혁명(1966∼1976년)이 우리에겐 이 시대 중국의 대표 이미지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였던가.

영국 런던대 중국 현대사 전공 교수인 저자는 1950∼70년대 중국이 아시아와 아프리카는 물론이고 미국과 유럽에까지 커다란 영향을 끼쳤으며 그 핵심 수출품은 ‘마오쩌둥주의’였다고 설명한다. 중국은 수억 권의 마오 어록을 해외에 전파했고 마오 사상에 심취한 사람들에게 돈과 무기도 지원했다. 마오의 중국은 제3세계를 넘어 일부 유럽인과 미국인에게까지 ‘세계의 모델’이었다.

국제 마오주의의 가장 큰 공헌자는 ‘중국의 붉은 별’ 저자인 미국인 에드거 스노였다. 그는 자신의 책에서 마오를 인류 평등을 주창하는 민족주의자로 묘사했다. 러시아의 반나치 빨치산도, 필리핀 게릴라도, 인도의 반영(反英) 혁명가도 그의 책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마오주의는 모순적인 사상의 집합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마오는 ‘공산주의는 지역과 나라마다의 상황에 따라 조정해야 한다’면서 다양한 행동지침을 열어두었다. 특히 모순적인 점은 그가 무정부 상태를 부추기면서 개인 권력 집중을 꾀했다는 점이다. 문화대혁명을 일으킨 뒤 그는 ‘천궁(天宮)을 소란스럽게 만들 더 많은 손오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 말처럼 그는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폭력을 선동했고 연대와 해방을 이야기하면서 권위주의를 획책했다. 마오주의의 이런 다양한 성격은 오늘날에도 다양한 변주를 낳으며 그 끈질긴 생명력에 기여했다.

책의 12개 장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4∼11장은 1965년 인도네시아 마오주의자들에 의한 대학살, 1970년대 인도차이나 공산화와 크메르 루주의 대학살, 페루의 마오주의 반군 ‘빛나는 길’, 선거로 권력을 차지한 네팔의 마오주의 정당 등 세계에 수출된 마오주의의 결과들을 탐색한다. 서구 세계의 괴짜들에게도 마오주의는 매력적이었다. 서독의 적군파나 이탈리아의 붉은여단 같은 무장단체들이 이 이념을 따랐고 1968년 서유럽과 미국의 히피 문화혁명에도 마오주의가 영향을 주었다. 사르트르를 비롯해 알튀세르, 푸코 등 영향력이 큰 지식인들이 마오의 이념에 동조했다.

오늘날의 중국이 마오주의를 대하는 모습은 모호해 보인다. 과거로 돌아가기를 외치는 시위는 견제를 받는다. 그러나 거대한 마오의 초상은 오늘도 톈안먼 광장을 내려다보고 있다. 마오와 그의 전략 및 정치 모델은 중국 공산주의의 정당성과 그 기능의 핵심이라고 저자는 진단한다. 당대의 국내 정치적 모순 때문에 성공을 거두지 못한 마오의 국제적 야심이 이제 부활을 눈앞에 두고 있을지 모른다. 원제 ‘Maoism: A Global History’(2019년).

#마오주의#중국#인류평등#권위주의#모순#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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