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제품, 파이프 등 일상 속 오브제를 조각 작품으로 변형하거나, 도심 한복판의 흙을 가져다 굽고, 살덩어리 같은 실리콘 조각으로 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서울 강남구 지갤러리는 문이삭, 최고은, 현정윤 등 조각가 3명이 참여하는 그룹전 ‘엉뚱한 여백(Whimsical Whitespace·사진)’을 열고 있다.
이 전시는 프랑스의 문학가인 조르주 페레크의 ‘공간의 종류들’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페레크는 삶의 공간에는 늘 어딘가 부서지고 휘어지는 균열과 여백이 있는데 우리는 이런 부분을 막연하게만 느낀다고 쓴다. 전시는 이렇게 일상에서 쉽게 간과하지만 늘 그 자리에 있는 사물과 그 주변의 공간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작품을 모았다.
문이삭은 인왕산이나 한강 등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찾는 공간의 흙을 가마에 구워 조각을 만들었다. 윤슬의 느낌을 담고 싶어 강변의 흙을 구웠는데, 그 속에 보이지 않던 유리가 녹아 반짝이는 효과를 낸다. 최고은은 건물에 사용되는 규격화된 파이프를 자르고 구부려 벽면에 걸었다. 사냥한 동물의 머리를 전시하는 ‘헌팅 트로피’를 닮았다. 현정윤의 실리콘 조각은 선베드와 목욕탕 의자 위에 놓여 휴식을 취하고 있는 생물체처럼 보인다. 최고은은 프리즈 서울 제2회 아티스트 어워드 수상자로 선정돼 9월 열리는 프리즈 서울에서 신작을 공개할 예정이다. 전시는 2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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