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헤는 밤의 낭만과 과학적 우주의 만남[곽재식의 안드로메다 서점]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7월 13일 01시 40분


과학계 성과와 신화-전설 엮어
아무 데나 펼쳐 읽어도 흥미진진
◇100개의 별, 우주를 말하다/플로리안 프라이슈테터 지음·유영미 옮김/352쪽·1만8000원·갈매나무


작가로 꾸준히 책을 내다 보면, 다른 사람이 쓴 책에 자극을 받아 글을 쓰게 될 때가 있다. 내 경우에는 ‘슈퍼 스페이스 실록’이라는 책을 낼 때가 그랬다. 독일의 천문학 박사 프라이슈테터는 과학 블로그 운영자이자 작가로 활발히 일하면서 ‘100개의 별, 우주를 말하다’라는 책을 낸 적이 있는데 바로 이 책이 내가 새로운 꿈을 꾸게 해 준 책이다.

별에 대해 과학자들이 연구해 보니 신기하고 특이하고 재미있었던 점을 중심으로 여러 전설, 역사, 이야깃거리를 100편에 걸쳐 모아 놓았는데, 저자가 독일 사람이다 보니 유럽 과학계의 연구 성과와 유럽의 신화, 전설을 중심으로 내용이 엮여 있다. 나는 한국의 우주와 별에 대한 전설, 풍속, 과학적인 연구 성과를 엮어 보겠다고 생각했고, 그게 책으로 이어진 것이다.

고구려의 옛 무덤 중에는 내부에 별자리 그림이 그려진 곳들이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북극성이 있으면 어울릴 만한 위치에 별 세 개가 나란히 있는 특이한 모양이 대신 그려져 있을 때가 많다. 김일권 박사는 그것이 아마도 고구려인들이 하늘 북쪽 중심을 나타내기 위해 사용한 독특한 표시일 것이라는 학설을 내놓기도 했다. 정확한 사연을 알기는 어렵지만, 현대의 과학자들은 적어도 왜 그런 낯선 모양이 북극성 대신 있는지 그 이유는 어렴풋하게 추측하고 있다. 과거에는 하늘의 북쪽 중심 자리에 북극성이 아닌 다른 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100개의 별…’이 북극성 이야기를 하면서 고구려의 사연을 설명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수천 년의 세월이 지남에 따라 별 위치도 조금씩 달라지는 현상은 전 세계가 공통으로 겪은 일이다. 그렇기에 고대 그리스의 학자들이 북극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는지는 착실하게 소개돼 있다. 나아가 수천 년, 수만 년이 지나면 다시 북극성이 어떻게 바뀔지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다.

책에는 북극성뿐만 아니라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별자리 이야기 등 한국인도 친숙하게 생각하는 별 이야기가 담겼다. 우주의 시작이 어땠는지 연구하는 데 도움을 준 별이라든가 금, 은 같은 귀금속 화학 원소가 탄생한 원리를 파헤치기 위해 조사하고 있는 별 등 첨단 과학 연구에 관한 이야기도 섞여 나온다. 옛이야기와 낭만적인 사연이 최신 과학기술의 거대함과 부드럽게 어울리는 느낌을 준다. 우주 곳곳이 얼마나 신비하고 놀라운가 하는 감상을 전달하기에 제맛이다.

심심할 때, 시간 날 때 아무 곳이나 펼쳐 읽기에도 좋은 책이다. 특별한 순서나 범주에 따라 묶인 책이 아니어서다. 두께도 그렇게 두껍지 않다. 차 한 잔 마시는 동안 그다지 애쓸 것 없이 느긋하게 별 이야기 하나둘쯤 읽어 보기에 딱 맞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태양계 바깥 별도 지구에서 4조 km나 떨어진 머나먼 곳에 있으며, 과학자들이 한참 관찰하고 있는 먼 은하는 그보다 백만 배, 천만 배는 멀리 떨어져 있다는 내용을 읽다 보면, 골치 아픈 세상, 힘든 하루를 살다가도 넓디넓은 우주를 떠다니는 느낌으로 복잡한 마음을 가라앉히기에도 좋으리라 생각한다.

#별#우주#신화#전설#곽재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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