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차 가정법원 판사로 소위 ‘이혼 주례’를 서는 게 일인 저자는 신간에서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일을 하면서 생후 18개월의 첫째와 갓 태어난 둘째 육아를 감당해야 했던 시절, 그만 산후우울증이 와버렸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한계에 부닥친 상황에서 남편과의 사이도 멀어졌다. 그는 “나를 함부로 대하는 남편을 보면서 ‘내가 아파트에서 아기를 안고 뛰어내려 죽으면 나의 소중함을 알까?’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고 썼다.
가정의 위기는 주변 사람들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극복될 수 있었다. 다른 지방법원으로 발령이 난 직후 친정 어머니가 가사와 육아를 분담해주고, 남편 소개로 만난 여성 목사님과의 만남을 통해 정신적 상처를 어루만질 수 있었다는 것. 그는 누구라도(심지어 가정법원 판사도) 이혼의 위기에 봉착할 수 있으며, 갈등의 불씨를 식힐 수 있는 기회나 시간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 밖에 저자는 지난 20년 동안 수많은 이혼 판결을 통해 만난 다양한 부부와 자녀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혼 재판 중 자살한 남편, 첫사랑과 주고받은 휴대전화 메시지가 들통이 나 이혼당한 남편, 잠적한 베트남 아내를 찾아다니다 숨진 아들의 결혼을 무효로 만들어달라고 청원한 어머니 등. 각 사건을 맡으면서 판사이자 아내, 엄마로서 가졌던 심정을 솔직 담백하게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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