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NA 연구 ‘노벨의학상’ 저자
요행-천재성과는 거리가 먼 삶
솔직 담백한 ‘노력 예찬’ 풀어내
◇돌파의 시간/커털린 커리코 지음·조은영 옮김/388쪽·1만8000원·까치
내 ‘전용 복사기’를 멋대로 사용 중인 ‘침입자’가 20여 년 뒤 함께 팬데믹 예방백신을 개발한 공로로 노벨상을 함께 받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
이는 이 책 저자의 삶에서 실제로 일어난 드라마 같은 일이다. 그는 코로나19 백신을 가능케 한 메신저리보핵산(mRNA) 연구에 평생 헌신해 지난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공동 수상자인 드루 와이스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교수와의 우연한 만남을 제외하면, 그의 삶에 요행이나 천재성은 없었다. 그는 신간에서 온갖 시련에 맞서 치열하게 노력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본다.
1955년 헝가리 푸주한의 딸로 태어난 저자는 자신을 끈질긴 ‘쿠터토(kutat´O·헝가리어로 수색자)’에 비유한다. 단기 연구성과가 없다는 이유로 고국의 연구실에서 쫓겨난 뒤 연구를 지속하겠다는 일념으로 딸의 곰 인형에 전 재산을 넣은 채 미국으로 떠난다. 무엇이 그를 먼 이국 땅으로 떠나게 했을까. 그는 “진리를 찾는다는 행위 자체가 중요한 것”이라며 “나 역시 정확히 무엇을 찾고 있는지 모르고, 과연 찾을 수 있을지도 확실치 않으나 여전히 찾는다”고 말한다.
솔직 담백한 내용, 짧고 강단 있는 문체가 ‘타인의 인정이 아닌 배움의 기회에 가치를 둔’ 그의 인생 철학에 공감하게 만든다. DNA 연구에만 몰입하고 mRNA는 등한시했던 학계에서 꿔다 놓은 보릿자루 신세였던 시절과, 이를 극복하며 이뤄낸 성과에 대해 진솔하게 회고한다. 언뜻 맹목적으로도 느껴지는 ‘노력 예찬’을 꾸밈없이 담았다.
저자가 과학적 연구 방식에 대해 덧붙인 말들은 삶에 대한 은유처럼 읽히기도 한다. ‘과학적 발견은 거대한 퍼즐의 한 조각에 불과하지만, 각각의 조각은 퍼즐이 커나갈 새로운 영역을 열어준다’는 대목은 매일 묵묵히 자기 몫을 해내는 삶의 가치와 통하는 듯하다. 마지막 책장을 넘길 즈음, 저자가 실험실 벽에 걸어 놓은 격언이 더 묵직하게 다가온다. ‘실험은 오류를 범하지 않는다. 틀린 건 당신의 기대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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