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의 눈으로 본 우리 문화
익숙함 낯설게 틀어 보는 재미
챗GPT로 번역한 영문본 수록
◇K를 팝니다/박재영 지음/648쪽·3만3000원·난다
몇 년 전 일본 돗토리현 문화관광 담당 공무원들을 만났을 때다. 한국에는 찜질방이란 곳이 있는데 목욕하면서 숙박도 가능하고 컴퓨터 게임, 영화 감상도 할 수 있다고 했더니 굉장히 신기해했다. 그 모습에 신이 나서 좋은 곳은 볼링장, 노래방, 뜨거운 사우나는 물론이고 냉동고 같은 ‘얼음방’도 있다고 했더니 ‘에? 에?’ 하며 상상이 안 간다는 표정을 지었다. 우리에게는 익숙한 것이 외국인에게는 굉장히 재미있고 신기한 일이라는 걸 그때 피부로 체감한 것 같다.
이 책에는 그런, 우리는 다 알지만 외국인 눈에는 신기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들이 담겼다.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레스토랑 가격으로 굴 한 개에 4∼5달러가 기본이고, 더 비싼 것도 있다. 시장에서도 굴을 개수를 세서 판매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굴을 개수로 판매하지 않고 무게를 달아서 판매한다. 마트에서는 껍데기를 제거한 굴 20마리쯤을 5달러 내외에 판매한다.’(‘서울, 잠들지 않는 도시’ 중)
참 묘한 책이다. 보다시피 솔직히 우리에게는 별로 새롭지도 않은 내용. 그런데 한국을 모르는 외국인이 읽으면서 신기해할 생각을 하면 이상하게 재미있다.
삼겹살을 처음 먹어보고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는 서양인이나, ‘도전!’을 외치고 청양고추를 먹었다가 뒤로 넘어지는 일본인을 유튜브로 보는 느낌이랄까.
저자는 한국에서는 물건을 분실할 위험이 매우 낮다며 카페와 함께 경기가 열리는 날 지하철역 구내 물품 보관함 사례도 소개한다. 몇만 명이 몰려 보관함이 부족해지면 그 근처에 그냥 놓아뒀다가 경기 종료 후 가져가는 가방이 수백 개나 된다는 것. 택배 물건을 집 앞에 놓고 가도, 심지어 택배 기사가 차 문을 열어놓고 배달을 가도 아무도 가져가지 않는다는 걸 알면 놀라지 않을 외국인이 몇 명이나 있을까. 게다가 트럭이든, 오토바이든 시동이 걸린 채로 말이다.
같은 내용을 영어로도 번역해 책이 꽤 두껍다. 저자는 한글 원고를 인공지능(AI)과 챗GPT를 활용해 영어로 옮겼다고 했는데, AI가 한국말을 어떻게 번역했는지 보는 것도 소소하게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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