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토텔레스는 고대 아테네에서 자신의 학문을 활짝 꽃피웠지만, 민주정에 대해선 부정적이었다. 어리석은 민중들에 의해 공동체의 이익이 훼손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저서 ‘정치학’에서 “1인이나 소수 혹은 다수의 ‘사적인 이익’을 도모하는 정치체제는 왜곡된 형태의 체제”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비록 1인 지배라도 공동체 전체의 이익을 추구한다면 정상적인 정치체제라고 주장한다.
정치학자인 저자는 민주주의를 다룬 서양의 주요 고전들을 엄선해 핵심 원문(영문 및 한글번역)을 이 책에 담았다. 고대 헤로도토스부터 현대의 슘페터까지 약 2000년에 걸친 주옥 같은 저작을 아우르고 있다.
신간에서 다룬 아리스토텔레스의 민주정 비판은 얼핏 전체주의를 옹호하는 궤변으로 비칠 수 있지만, 사실 현대 민주주의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민중을 선동하며 사적 이익을 도모하는 ‘포퓰리즘’에 대한 경계로 읽힐 수 있어서다. 실제로 아리스토텔레스는 고대 그리스에서 포퓰리스트를 뜻하는 ‘데마고고스(demagogos)’를 민주정치의 적으로 규정했다. 그는 ‘정치학’에서 “민중이 법 위에 군림하는 민주정에서는 데마고고스가 부자들과 전쟁을 벌여 나라를 둘로 나눈다. 이들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민중들에게 생산잉여를 분배하는 ‘무절제(aselgeia)’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이미 2000여 년 전 ‘복지 포퓰리즘’의 폐해를 예견한 셈이다. 시대를 초월하는 고전의 통찰력을 맛보고 싶다면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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