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진주보다 더 고운 아침이슬처럼/ 내 맘에 슬픔이 알알이 맺힐 때….”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옛 ‘학전’ 소극장 앞. 고 김민기를 태운 운구차에 유가족이 탑승해 이제 장지로 떠나려 하자 누군가 ‘아침이슬’을 선창했다. 두 겹 세 겹으로 줄지어 늘어선 추모객 수십 명은 흐느끼며 큰 소리로 따라 불렀다. 잠잠했던 빗방울이 갑작스럽게 굵어졌다. 비가, 눈물이, 아니 슬픔들이 흘러내렸다. 누군가 외쳤다. “사랑합니다 선생님,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김민기의 마지막 가는 길은 외롭지 않았다. 극장 앞 고 김광석의 노래비 앞에는 시민들이 두고 간 소주, 막걸리와 국화꽃다발이 줄지어 있었다. 유족은 영정을 안고 옛 학전 내부를 잠시 둘러봤다. 학전 출신인 배우 설경구와 장현성은 참아보려는 듯 입술을 굳게 깨물었으나 터지는 눈물을 막지 못했다. 배우 오지혜, 방은진은 얼굴을 감싼 채 오열했다.
운구차가 떠난 뒤에도 추모객들은 한참 자리를 뜨지 못했다. 색소포니시트 이인권 씨는 추적추적 내리는 빗속에서 고인의 곡 ‘아름다운 사람’을 연주했다. 울음은 다시 파도처럼 번졌다. “가족장을 하시기로 했으니 우리는 여기서 선생님 보내드리겠습니다. 마지막까지 감사합니다.” 장현성은 힘겹게 입을 뗐고, 그제야 사람들은 하나둘 발걸음을 옮겼다.
‘아침이슬’ 등 노래로 1970년대 군부 시절 ‘청년 정신’을 심어줬고, 학전에서 올린 창작 뮤지컬로 대학로의 상징이 됐던 김민기는 이렇게 흙으로 돌아갔다. 그는 앞서 위암 4기로 투병하다 73세의 일기로 21일 별세했다.
1971년 김민기가 작곡해 건네준 ‘아침이슬’을 부르며 열아홉에 데뷔했던 가수 양희은은 24일 라디오에서 김민기를 “어린 날의 우상”이라고 불렀다. “제가 부른 그분의 작품들이 떠오릅니다. 당시 같이 음악 하던 여러 선배님의 얼굴도 함께 떠릅니다. 많은 청취자분이 김민기 선생의 명복을 빌어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했다. 앞서 김민기의 서울대 후배인 이수만 전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가 전날 빈소를 찾아 조문객의 식사비 명목으로 유족에게 5000만 원을 전달했다. 조의금을 받지 않았던 유족은 감사의 뜻을 표하면서 이도 돌려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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