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
결혼-출산 등 12년간 780억 지원… 올해는 세 자녀 갖기 운동도 펼쳐
“저출산 세미나서 논의만 하기보다, 신생아-부모 직접 도와야 효과적”
“국민이 있어야 교회도, 신자도 있는 것 아닙니까?”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만난 이영훈 담임목사는 “목사가 정부보다 더 저출생 문제 극복에 앞장서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 목사는 2012년 교계에서는 처음으로 매년 출산장려금 지원을 시작했다. 결혼격려금, 미혼모 자립 지원 등 지금까지 순복음교회가 저출생 극복을 위해 지원한 금액은 780억 원에 달한다. 이 목사는 이 같은 공로로 최근 열린 ‘제13회 인구의 날’ 기념식에서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이 목사는 “우리나라 출산율이 2명대에서 1명대로 급격히 떨어지는 걸 보면서 이러다가는 국민이 사라져 국가가 소멸하는 날이 오겠다는 두려움이 들었다”고 말했다. 국가도 국민도 없는데 교회가 어떻게 존립할 수 있겠느냐는 것. 이 때문에 저출생 문제 해결이 국가는 물론이고 교회를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는 얘기다.
순복음교회는 현재 첫아이는 200만 원, 둘째 300만 원, 셋째 500만 원, 넷째부터는 1000만 원의 출산장려금을 지원하고 있다. 지금까지 수혜자는 5000여 명, 54억 원에 달한다. 올해부터는 세 자녀 갖기 운동도 펼치고 있다. 또 2019년 정부 지원의 사각지대에 있는 청소년 미혼모들을 돕기 위해 보호시설인 ‘바인센터’를 설립해 자립을 돕고 있다.
“청소년 미혼모들은 부모님 집에서 나와 경제적으로 굉장히 어렵지만 서류상 부양가족이 있어 정부 지원도 못 받는 사각지대에 있어요. 고시원 같은 열악한 곳에서 힘겹게 아이를 키우는데 그마저 힘들면 아이를 버리는 경우가 많지요.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이 필요한 사람에게 실질적으로 더 도움이 되도록 촘촘해져야 합니다.”
이 목사는 정부와 정치권의 저출생 극복 정책에 대해 “캠페인, 세미나 등 실질적인 도움도 안 되는, 입만 가지고 하는 것에 한심할 정도로 너무 많은 돈을 쓴다”고 강하게 지적했다. 저출생 문제가 대두된 게 이미 오래전이고 한 해 수십조 예산을 쓰는데도 과거 산아제한 운동 때 만들었던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같이 국민 머리에 ‘탁’ 각인되는 저출생 극복 슬로건 하나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것.
그는 “과거 청와대의 한 핵심 인사에게 ‘이제는 아이 한 명당 1억 원씩 지원하는 아주 파격적인 정책이 아니면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조언했더니 대통령 있는 자리에서 자기들끼리 농담 소재로 써먹더라”고도 전했다. 전남 강진군처럼 파격적인 육아수당(7년간 매달 60만 원씩 최대 5000만 원)을 지원한 곳의 출산율이 2022년 93명에서 2023년 154명으로 65.6%나 늘어난 것을 보면 현금성 지원은 분명히 효과가 있다는 것. 지난해 출생아 22만여 명에게 1억 원씩 지급하면 22조 원인데, 저출생 극복 예산으로 그 두 배가 넘는 50조 원 가까이 쓰면서 출산율은 더 떨어져 0.7명대인 것은 헛돈을 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목사는 말로만 저출생 극복을 외치는 국회의 직무유기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국회에 대체 입법을 마련하라고 한 게 2019년인데 5년이 지나도록 아무것도 안 하고, 의원들은 각종 캠페인이나 세미나나 다니면서 입으로만 저출생 극복을 외치고 있다”며 “여야가 300만 원짜리 명품 가방만큼의 관심을 저출생 문제에도 기울이면 이렇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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