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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속담에 “먹는 것이 있어야 도(道)를 논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베트남 사람들이 먹는 걸 얼마나 중요시 하는지 엿볼 수 있는 속담이다. 그런 베트남인들의 식(食) 문화를 논할 때 꽝남성 해안도시 호이안(會安)을 빼 놓을 수 없다. 평화로운 회합소라는 의미의 호이안은 15세기~19세까지 동남아시아의 중요한 국제 무역항이었다. 값싸고 풍부한 해산물 식재료와 동서양 요리법이 어우러진 호이안의 음식 문화는 여전히 미식가들이 이곳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게 한다.
다낭 시내에서 차를 타고 남동쪽으로 약 30km를 달려 호이안에 도착했다. 숙소는 호이안 리조트 & 스파(Renaissance Hoi An Resort & Spa, 이하 르네상스 호이안)다. 물빛이 영롱한 끄어다이 해변이 눈앞에 펼쳐지는 리조트로, 한국인 투숙객이 거의 없어서 해외에 온 기분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호이안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 올드 타운(구시가지)과도 가깝다.
이곳은 원래 빈펄 리조트 & 스파 호이안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던 곳이었다. 그러다가 최근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에 매각돼 이름을 바꾸고 새롭게 단장됐다. 새로 시작하는 리조트답게 쉐프들도 신메뉴 개발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었다.
3만~5만 원에 배 터지게 먹는 베트남 미식 여행
호이안에서 먹은 첫 점심은 레이디 트리우 진(LADY TRIEU GIN)이라는 메뉴였다. 베트남 4대 미식 지역 음식과 진(Gin)을 페어링해서 먹는 코스 요리인데, 취재 당시엔 아직 정식 출시 전이었다. 르네상스 리조트의 질루어 수석 쉐프와 탕 쉐프가 나와 요리가 나올 때마다 하나하나 조리법을 설명해 주며 반응을 살폈다. 가격은 1인당 약 3만 원으로 책정했다고 한다.
코스 첫 요리는 메콩 델타 드라이 진이었다. 까이랑 스타일의 구운 미트볼 롤이 주가 되는 요리였는데, 반세기 전 까이랑 운하 강둑에 살던 뚜 끄엄이라는 여성이 처음 만든 요리다. 둥근 채반에 미트볼, 쌀국수, 절인 당근·무 채, 허브, 라임이 나온다. 여기에 오이 향이 나는 시원한 진이 한 잔 나온다. 두 번째로 달랏 플라워밤 진이 나왔다. 달랏 아티초크를 곁들인 구운 소고기 요리다. 아티초크를 소고기 안에 넣고 와인, 향신료로 맛을 낸 후 오븐에 굽고 다시 숯불에 구워 향을 입힌다고 한다. 기름기 쭉 빠진 고기가 담백하다. 꽃내음이 은은하게 나는 향긋한 진을 곁들여 먹는다.
세 번째 요리는 호이안 스파이스 로드 진. 꼬롱섬 해산물 혼합 구이가 큰 접시에 담겨 나왔다. 꼬롱섬은 호이안 항구 도시의 형성에 영향을 끼친 역사적인 섬이라고 한다. 온화한 기후, 풍부한 해산물로 인기 있는 섬이다. 코스 마지막은 사파 시트러스 티 진이 장식했다. 맥켄 씨앗을 곁들인 서북 스타일의 구운 닭고기 요리다. 검은 닭이라고 불리는 토종닭으로 만든다. 닭고기는 특제 허브 소스에 찍어 먹는데 허브 소스에선 과자 시즈닝 맛이 났다. 감귤 향이 물씬 나는 진과 함께 먹는다.
낭만적인 레스토랑에서 즐기는 이탈리안 세트 디너 2024(Italian Set Dinner 2024)도 쉐프들이 야심 차게 준비한 새 메뉴다. 다양한 이탈리안 빵과 버터, 카나페가 제일 먼저 나오는데 여기서 너무 많이 먹으면 안 된다. 뒤이어 타르타르소스와 라임을 곁들인 튀김 오징어 요리인 칼라마리 프리티, 카르파초 디 만조가 나온다. 카르파초 디 만조는 레몬 비네그레트를 곁들인 얇게 썬 소고기 안심 요리인데, 여기에 신선한 상추와 파르메산 치즈 조각이 곁들여진다. 향기로운 트뤼프 오일을 곁들인 버섯 수프인 주파 디 푼기, 구아버 소르베, 구운 닭가슴살에 레드 와인, 겨자씨와 크림으로 맛을 낸 치킨 스칼로피니가 차례로 나와 눈을 즐겁게 한다. 마지막으로 딸기와 발사믹 리덕션을 곁들인 홈메이드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후식으로 나온다. 다 먹고 난 후 얼큰한 국물 파스타가 생각나 쉐프에게 부탁했는데 메뉴에 없는 음식임에도 흔쾌히 만들어줬다. 디너는 1인당 5만2000원 정도 된다. 와인이나 칵테일 가격은 별도다.
르네상스 호이안에는 3~5개의 침실을 갖춘 25개의 프라이빗 풀빌라와 스위트룸을 포함해 193개 객실이 있다. 4인 이상 가족이 풀 빌라에 묵는다면 출장 BBQ(IN-VILLA BBQ)를 경험해 보는 것도 추천한다. 해 질 무렵 바다가 보이는 개별 수영장 옆에서 푸짐한 BBQ 파티를 즐기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빌라에 요리사들이 출동해 고기와 해산물 등을 바비큐 그릴에 구워준다. 샐러드 수프 등은 뷔페식으로 제공하고, 메인 코스 요리에는 크랩, 비프스테이크, 양고기, 돼지 등갈비, 굴 요리 등이 있다. 여기에 구운 채소, 국수 요리, 과일, 달콤한 디저트 등도 나온다. 비용은 1인당 5만5000만 원 가량 든다.
밤새워 먹고 마시고 놀다 잠든 자들을 위한 빌라 레이지 조식(IN-VILLA LAZY BREAKFAST) 서비스도 있다. 와플, 시리얼, 제철 과일, 샐러드, 치즈 플래터, 현지 생선 플래터, 소시지, 베이컨, 해시 브라운, 잼을 곁들인 빵 바구니, 주스, 차, 베트남 커피 등이 빌라 내에 차려진다. 요리사가 주방에서 오믈렛이나 스크램블을 만들고, 쌀국수도 뚝딱 요리해 준다.
르네상스 호이안에서는 쿠킹 클래스도 운영한다. 직접 베트남 음식을 요리해 먹는 체험 행사다. 바다가 보이는 아름다운 호텔 정원에서 그린 망고 새우 샐러드, 닭고기 볶음, 코코넛 와플의 요리법을 배워봤다. 레몬그라스와 고추를 넣은 닭고기 볶음은 한국인이 입맛에 딱 맞는다. 매운 소스를 머금은 닭고기에선 양념치킨 맛이 났다. 베트남은 어딜 가나 소스가 맛있다. TV 예능프로그램에서 출연자들이 베트남 마트에 들러 소스를 잔뜩 사 가는 모습이 이해가 갔다.
동화 같은 올드 타운 골목 탐험
호이안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도시다. 1999년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올드 타운’에 가면 과거 국제 무역항으로 번성했던 시절의 베트남을 다시 볼 수 있다. 그런가 하면 현대적이고 트렌디한 카페에서 싸고 맛있는 베트남 커피도 실컷 맛볼 수 있다.
마침 르네상스 호이안에는 ‘내비게이터 프로그램’이 있어 편하게 올드 타운을 관광할 수 있었다. 호텔에 상주한 지역 전문가가 관광 명소를 추천해 주고 현지 가이드까지 연결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여성 가이드 A 씨가 배정됐는데, 그는 한국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변우석·김혜윤 주연)를 무척 재밌게 본 모양이었다. 그는 내게 배우 변우석의 사진을 보여주며 “My husband(내 남편)”라고 자랑했다.
첫 방문지는 올드 타운을 상징하는 400년 된 일본다리 내원교였다. 베트남 2만동 화폐에도 그려져 있을 만큼 유명한 목조다리다. 일본과 도자기 교역이 활발하던 시절 호이안에 정착한 일본인들이 건설한 다리인데, 다리 위에 지붕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다리 양 끝에는 원숭이와 개의 조각상이 있다. 이 다리의 진정한 매력은 밤에 알 수 있다. 은은한 다리 조명이 강물에 비친 모습이 매우 아름다워 아경 명소로 인기가 높다고 한다. 아쉽게도 방문 당시엔 수리 중이라 다리 일부분만 볼 수 있었다.
내원교를 건너면 옛 중국인 마을이 나온다. 중국 화교들은 호이안에 여러 회관을 만들어 향우회를 챙겼다. 가장 규모가 큰 곳은 복건성 출신 상인들이 17세기에 지은 복건회관이다. 복건 화교들의 만남의 장소이자 바다의 여신을 섬기는 사당으로도 유명하다. 복건회관 천장에는 스프링 형태의 붉은 향들이 잔뜩 걸려 있는데 복을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회관 본당 벽면에는 용 부조와 격랑을 만나 좌초될 위험에 빠진 상선과 이들을 구하러 온 여신이 그려진 그림이 걸려 있다.
올드 타운에는 16~17세기에 베트남 거상들이 거주하던 집도 남아 있다. 베트남 문화재청이 1급 고가로 지정한 떤끼 고택(Old House of Tan Ky)은 베트남식에 중국과 일본, 유럽 스타일이 뒤섞인 독특한 건축양식이 인상적이다. 1층은 음식, 차 등을 판매하는 상점이고 2층은 주거 공간이다. 현재 7대 후손이 살고 있다. 인근 투본강이 범람해 홍수가 나면 1층이 잠기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물이 찬 높이를 날짜와 함께 표시해 두었다. 방문 당시 80대 주인장이 손님을 맞이했다. 노인은 또렷한 영어로 “어디에서 왔느냐”고 기자에게 물어봤다. 나이에 비해 정정해 보였다.
투본강은 올드 타운 여행 시 빼놓을 수 없는 관광지다. 낮에는 작은 배를 타고 투본강을 따라 호이안 전체를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는 투어가 있으며, 밤에는 연등(소원초)을 흘려보내는 경험을 해볼 수 있다. 매월 음력 보름에 등불 축제 기간에 방문한다면 디즈니 영화 ‘라푼젤’에서 하늘로 등을 띄우는 것처럼 강에 수많은 등을 띄우는 장관을 볼 수 있다. 인근 호이안 전통 예술 공연 극장에서 베트남 건국 신화를 다룬 무용극도 관람할 수 있다.
최근 호이안에는 감성적인 카페와 레스토랑, 편집 숍이 하나둘 늘고 있다. 아기자기한 노란 벽 골목을 지나다 보면 예쁜 가게가 여럿 보인다. 그 중 가이드가 아낀다는 U카페로 들어갔다. 1층 창가 자리 뷰가 좋았다. 구글 리뷰도 괜찮았다. 일행들과 코코넛 커피와 솔트 라떼, 에그 커피를 시켰는데 모두 3000원 안팎의 가격대였다. 주문을 하고 기다리면 라테 아트가 예쁘게 그려진 잔들이 나온다. 코코넛 커피는 호텔 커피보다 더 고소했고 솔트 라테는 단·짠·고소한 맛이다. 에그 커피는 계란을 거품기로 돌려 고운 거품을 만들어 커피 위에 올려 주는 커피인데 맛이 비리지 않고 부드러웠다.
골목을 더 지나 더 가다 보면 고운 분홍색 연꽃 꽃잎이 얹어진 테이크아웃 음료 잔을 들고 가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해외 SNS 사용자들 사이에서 호이안 여행 가면 가봐야 할 곳으로 자주 올라오던 M 레스토랑의 못(MOT) 차다. 점원이 커다란 단지에 담긴 못 차를 국자로 퍼서 잔에 담아 주었다. 가이드는 “올드 타운 거리를 걷다 보면 더워서 목이 마르는데 이때 마시면 좋은 허브차”라고 소개했다. 꿀과 허브를 넣어 만든 차로 달콤하고 향긋한 오미자차 맛이 났다. 가격도 1잔에 900원 정도여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으니 꼭 마셔보는 걸 추천한다.
▣ 베트남 요리 교실 레몬그라스와 고추를 넣은 닭고기 볶음(STIR-FRY CHICKEN WITH LEMONGRASS & CHILI) 이 요리는 매콤하고 풍미가 가득한 요리로, 닭고기의 풍부한 맛과 레몬그라스, 고추가 어우러져 매우 매력적이다.
△조리 방법 1. 닭고기를 소금과 생강, 와인(있다면)에 재어놓았다가 씻어준다. 작은 칼을 사용해 뼈를 제거한다. 시간이 없다면 뼈 제거 단계를 생략하고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2. 닭고기에 다음과 같이 양념한다. - 피시 소스 1큰술 - 후추 1작은술 - 색을 내기 위한 약간의 강황 가루, 약간의 카레 가루 - 다진 레몬그라스 1개 (남은 생강과 레몬그라스는 닭고기를 볶을 때 사용) 3. 닭고기 볶기 - 팬에 식용유 2큰술을 넣고 기름을 데운 후 양파, 마늘, 레몬그라스 절반을 넣어 볶는다. - 위의 재료가 모두 황금빛이 될 때까지 볶은 후 향을 위해 피시 소스 1큰술을 넣는다. - 다음으로 닭고기를 넣고 센불에서 볶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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