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나를 위해 일하게 하라/세달 날리·폴 레오나르디 지음·조성숙 옮김/316쪽·1만9800원·윌북
중학생 때 컴퓨터 학원에 다닌 적이 있다. 도스, 코볼 등 이름도 생소한 컴퓨터 언어를 배웠는데 솔직히 아무 관심도 없었지만, 학원을 간 건 “앞으로 컴퓨터를 모르면 도태된다”는 친구들과 엄마의 무시무시한 ‘협박’(?) 때문이었다. 이런 인생을 볼모로 한 협박은 대학생 때 386 컴퓨터가 등장하면서 또 한 번 광풍처럼 불었다. 전산과가 컴퓨터학과로 이름을 바꾸고,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등의 이름이 신문에 오르내린 것도 이때쯤이었다. 부모님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내가 몰두했던 것은 수많은 대학생들의 1교시를 사라지게 했던 ‘삼국지’ 게임이었지만, 문서 작성과 간단한 엑셀밖에 몰랐어도 사는 데 큰 지장은 없었던 것 같다. 물론 컴퓨터를 더 많이 알고, 잘했다면 분명히 지금보다 더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었겠지만….
인공지능(AI)이 화두인 지금도 비슷한 것 같다. 앞으로는 코딩을 모르면 살 수 없다고 그래서 초등학생 때부터 필수로 가르쳐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그런 것을 원하고, 필요로 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미국 하버드대와 캘리포니아대 교수인 저자들은 AI의 작동과 관련한 지식의 30%만 알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컴퓨터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의 세상은 AI가 열겠지만, 30% 수준이면 AI와 협업하는 데 충분하다는 것. 저자들이 말하는 30% 수준은 직접 코딩 등을 하는 전문기술이 아니라 AI로 대변되는 디지털 생태계를 이해하는 ‘디지털적 문해력’을 말한다.
예를 들면 최고경영자(CEO)가 정보기술(IT) 보안 전문가일 필요는 없지만, 디지털 생태계의 상호 의존성을 포용하면서도 데이터가 온갖 외부 위협에 취약해질 수 있다는 사실은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발생한 크라우드스트라이크발 IT 대란을 생각하면 고개가 끄떡여진다. AI 시대에 누구에게나 도움이 되는 내용이지만, ‘이제 코딩 교육은 필수’라며 아이를 학원에 보내려는 학부모도 꼭 한 번 읽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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