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자비를 실천하는 최고의 방법은 용서예요. 용서는 남을 위한 게 아니라 나를 위한 것이니까요.”
알 듯 모를 듯한 말. 7월 30일 서울 은평구 진관사(주지 법해 스님)에서 만난 혜주 스님(진관사 명상센터장)은 ‘자비(慈悲) 명상’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자비 명상은 대한불교조계종(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9월 개최하는 국제선명상 대회에서 공개할,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각종 선명상 프로그램 중 하나다.
혜주 스님은 “‘자(慈)’는 타인을 사랑하고 기쁘게 해주려는 마음이고, ‘비(悲)’는 남의 슬픔과 고통을 공감하고 덜어주려는 마음”이라며 “내 마음속에서 ‘자비’를 찾고 그것을 사랑하는 사람, 가까운 사람들부터 먼 사람들에게 보내려고 노력하는 것이 자비 명상”이라고 말했다.
“어떻게 하면 마음속에서 자비를 찾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조용히 눈을 감고 누군가로부터 따뜻함을 받았던 순간을 떠올려 보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막 뜨거운 물을 부은 찻잔 속 찻잎처럼 이런저런 생각이 요동치지만, 점차 침전되면서 어떤 모습이 떠오른다는 것. 생각이 나면 더 구체적으로 친절을 베푼 사람과 행동을 마음에서 그려 보라고 말했다. 처음이라 잘 안된다고 하자 그는 “자신은 볼 수 없겠지만 지금 얼굴 가득 미소를 짓고 있다”며 “그렇게 시작하면 된다”고 했다.
동국대 와이즈캠퍼스 아동청소년교육학과 교수이기도 한 혜주 스님은 “사회가 갈수록 흉포해지고, 과도한 경쟁과 눈치 보기 등으로 우울증은 물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이 느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마음 챙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움은 누구에게나 생기는 자연스러운 마음”이라며 “따라서 무조건 ‘미워해서는 안 돼’ ‘화해해’라고 할 게 아니라, 아이(어른도 마찬가지)가 왜 미워하고 있는지 그래서 몸과 마음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알아차리고 표현할 수 있게 해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누군가를 미워하면 화가 나고, 숨이 가빠지고, 즐거움을 못 느끼는 등 불편한 상태가 되는데 명상을 통해 분별하는 법을 배우면 불편함에서 빠져나오는 노력을 하게 된다는 것. 상대의 말과 행동을 떠올리며 그 이면에 있는 숨겨진 이유 등을 찾는 과정에서 미움을 내려놓게 되고, 이는 용서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미움을 내려놓는 것은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내 마음의 해방을 위해서라는 점이에요. 미움을 내려놓는 일과 화해를 같은 것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혜주 스님은 “내 마음이 싫고 고통스러우면 그것은 자비가 아니라 억지”라며 “먼저 미움이라는 감정을 잘 다스린 뒤 진심으로 ‘좋은 걸 주고 싶은 마음(자비)’이 생기면 그때 용서하면 된다. 용서가 자기를 사랑하는 최고의 방법인 이유가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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