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펜타포트락 축제 마지막밤 장식
데뷔했던 2014년엔 ‘슈퍼 루키’ 대상
“하나의 꿈 이뤄… 이제 다음 챕터로”
“누가 내 가슴에다 불을 질렀나.”
“잔나비!”
뜨거운 함성은 열대야를 압도했다. 2∼4일 인천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열린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의 마지막 날인 4일 밤. 메인 무대에 등장한 2인조 밴드 잔나비가 대표곡 ‘사랑하긴 했었나요 스쳐가는 인연이었나요…’를 부르자 관객들은 가사에 맞춰 ‘잔나비’를 연호했다. 쿵쿵대는 드럼 비트에 맞춰 잔나비가 다시 한번 외쳤다. “누가 내 심장에다 못을 박았나.” “잔나비!” 보컬보다 우렁찬 관객들의 화답이 돌아왔다.
잔나비에 이번 펜타포트는 특별한 무대였다. 데뷔 해인 2014년 펜타포트 ‘슈퍼 루키’ 대상을 받고 10년 만에 헤드라이너(축제의 간판 출연자)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펜타포트의 가장 작은 무대에서 데뷔곡 ‘로켓트’를 부르던 신인 가수는 이제 국내 대표 록 음악 축제를 주도하는 밴드가 됐다. 잔나비는 공연 전 공식 유튜브에 올린 영상에서 “잔나비로는 하나의 꿈을 이룬 순간”이라며 “10년에 걸친 이야기의 한 챕터가 끝나고 또 다른 챕터가 기다리는 역사적인 장면이 아닐까 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80분 동안 진행된 공연에선 10년의 세월을 겪으며 성숙해진 잔나비의 면모가 잘 드러났다. “잘들 지내셨는지요? 나 그대 뜻에 다다랐어요.” 오프닝 곡으로 ‘비틀파워’를 들려준 보컬 최정훈은 적당한 타이밍에 관객들이 노래를 따라 부르도록 호응을 유도했다. 김도형의 물 흐르는 듯한 기타 사운드도 귀를 즐겁게 했다. 관록은 빛났지만 “힙하고 쿨한 것은 싫다”며 투박한 멜로디를 내세운 촌스럽지만 풋풋한 청춘의 느낌은 여전했다.
시작한 지 10분 만에 땀에 흠뻑 젖은 잔나비는 ‘고백극장’ ‘전설’ ‘홍콩’ 등을 연이어 불렀다. 최정훈은 “준비한 곡이 많아 멘트를 최대한 안 하려고 했다”며 물 한 모금을 마신 뒤 다시 공연에 몰입했다.
잔나비는 느리지만 묵직한 멜로디의 ‘누구를 위한 노래였던가’를 부를 땐 웅장한 분위기로 좌중을 압도했다. 연이어 나온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은 서정적인 멜로디와 가사로 유명한 ‘잔나비 감성’을 물씬 풍겼다. 2016년 발매된 정규 1집 ‘몽키 호텔(Monkey Hotel)’에 수록된 이 노래는 연인과 이별한 뒤 남은 잔상을 그린 노래다.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 또다시 찾아오는 누군가를 위해서 남겨주겠소.” 펜타포트의 마지막 밤이 저물어가는 아쉬움과 다시 찾아올 무대에 대한 기대를 표현하는 듯했다. 정규 2집 ‘전설’에 수록된 히트곡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에서도 긴 여운이 묻어났다. 관객들은 떼창과 함께 휴대전화로 플래시를 반짝이며 호응했다.
2006년 시작해 올해로 19회를 맞는 펜타포트는 사흘간 15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지난해 역대 최다인 15만 명을 기록한 뒤 올해도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하드코어 밴드 턴스타일을 비롯해 그래미상을 다수 수상한 미국 기타리스트 잭 화이트, 한국 밴드 데이식스, 실리카겔 등 국내외 아티스트 58개 팀이 무대를 빛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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