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껏 바로잡지 않으면 과오는 반복된다. 머잖아 과거가 되고 역사로 기록될 오늘을 향해 연극 ‘장도’는 말한다. “피하지 마. 두려운 마음 그대로 봐.”
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 세실에서 8일 마지막 공연으로 막을 내리는 연극 ‘장도’는 ‘잘 사는 것’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친구와 가족을 떠나보낸 고등학생 ‘장도’가 할아버지 ‘장춘’의 유품을 발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작품은 과거 전쟁터 속 할아버지와 현재 장도의 상황을 속도감 있게 교차시킨다. 출연진은 1인 2역 이상을 연기하며 1950년대와 오늘날을 매끄럽게 오간다. 공허한 눈빛과 굽은 어깨의 장도, 공포와 결단이 공존하는 얼굴의 장춘은 배우 지민제가 연기했다. 간소한 무대임에도 조명과 영상을 활용해 전쟁터와 교실을 오간다. 스크린에는 수업 판서와 자욱한 연기가 번갈아 투사되고, 무대 바닥에 놓인 조명은 관객 방향으로 번쩍이면서 포탄과 화재를 표현했다.
6·25전쟁을 배경으로 하지만 이념 갈등이나 분단의 아픔 같은 상투적인 주제에 얽매이지 않는다. 주인공이 상실을 극복하고 성장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는 것. 이는 개인과 집단의 역사가 어떻게 건설되고 재평가돼야 하는지에 대한 성찰로 확장된다. “다 잊는 게 잘 산다는 거냐?” 등의 대사로 선택과 결과에 대한 생각거리도 남긴다. 장도와 같은 반 친구인 예지, 경훈 등 감초 캐릭터로 자칫 무거워지기 쉬운 이야기를 조절한다.
다만 6·25전쟁에 참전했던 뉴질랜드 마오리족을 캐릭터로 차용한 것은 다소 갑작스럽게 느껴진다. 발을 구르고 가슴을 치며 사기를 북돋는 마오리족의 전통 의식 ‘하카’를 활용하는 등 이야기와 시청각 요소에 입체감을 더하긴 하지만 산만한 전개로 전달력이 떨어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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