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하늘샘교회 전웅제 목사
교회에 만화책-PC 10여대 구비… 낙후 지역 아이들의 보금자리로
“교회서 게임할 땐 욕하지 않아… 전도 이전에 그것만으로 큰 수확”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계산대. 그 옆으로는 10여 대의 컴퓨터가 줄지어 있고, 반대편 벽에는 소설, 동화, 만화책이 가득했다. 어디선가 구수한 라면 냄새도 풍긴다. 벽에 걸린 십자가만 아니었다면 교회가 아니라 흔한 동네 PC방이나 도서관 또는 만홧가게라고 착각할 것 같은 곳.
6일 경기 의정부시 하늘샘교회(기독교대한감리회)에서 만난 전웅제 목사(43)는 교회를 왜 이렇게 꾸몄냐는 질문에 “PC방에서는 거침없이 욕하던 아이들도 여기서 게임을 할 때는 욕을 하지 않는다. 전도 이전에 그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그는 처음부터 교회를 도서관, PC방처럼 꾸밀 생각은 아니었다고 했다. “처음 와서 보니까 동네는 많이 낙후됐는데 아이들은 매우 많았어요. 하루는 꽤 추운 날이었는데 아이들이 길에서 100원 넣고 하는 게임기로 놀고 있더라고요. 보니까 마침 저도 갖고 있던 게임이라 ‘얘들아, 추운데 우리 교회 가서 게임하지 않을래?’라고 했더니 몇 명이 따라오더라고요. 그렇게 시작된 거죠.”
경기 성남시 분당의 한 대형 교회에서 목회하던 그는 2011년 겨울 이곳에 왔다. 전도사가 담임목사가 되려면 1년 이상 담임 목회를 해야 하는 교단 규정 때문이다. 부임했을 때 신도는 0명. 낙후된 지역의 작은 교회는 대체로 경력을 쌓는 코스로 거쳐 가기 때문에 기간만 채우고 떠나 신자를 늘리려는 노력은 잘 안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전 목사는 “1년이 지나고 떠날 수 있었지만 하나둘씩 모인 아이들을 두고 갈 수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의 교회는 교회라기보다 동네 아이들의 아지트, 쉼터에 가깝다. 아이들은 집에 가다 들러서 게임하고, 컵라면 얻어먹고, 스스럼없이 친구들과의 약속 장소로 잡는다. 하나님을 믿든 안 믿든 아무 상관없다. 교회가 전도가 아니라 소통과 만남, 휴식의 장소가 되길 바랐기 때문이다. 전 목사는 “지금은 많이 변했지만 처음 왔을 때만 해도 동네에 담배 피우고, 툭 하면 가출하는 청소년이 많았다”라며 “집이 어려워서 하루 종일 전단을 붙이고, 고깃집에서 알바하고 온 아이들에게 전도부터 생각할 수는 없었다”라고 말했다.
떠날 생각을 전혀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가방에서 담배가 나와 어디서 났냐고 물으면 “집에 부모님이 피우는 게 잔뜩 있다”라고 답하는 아이들. 관심 없는 부모들 대신 사고 친 아이들 경찰서에서 데려오기. 설상가상으로 건물 주인은 불량해 보이는 아이들 몇십 명이 드나들기 시작하자 나가 줄 것을 요구했다.
그는 “너무 힘들어서 아이들에게 떠나겠다고 했더니 아이들이 자기들 버리고 가면 안 된다고, 어떻게든 돕겠다고 하더라”라며 “그렇게 해서 함께 새 자리를 알아보고, 같이 내부 실내장식 공사를 해 만든 보금자리가 지금 여기”라고 말했다. 문 앞 계산대처럼 보이는 책상은 계산대가 아니라 전 목사가 사용하는 사무용 책상이다.
비난이 없는 것은 아니다. ‘목사가 게임을 말리지는 못할망정 조장한다’, ‘저게 무슨 교회냐 PC방이지’라는 악플도 많다. 그러면 오히려 아이들이 “거리에서 방황하던 저를 따뜻하게 품어준 곳이다. 욕하지 말아 달라” “컴퓨터 몇 대 놓았다고 교회란 본질이 바뀌지는 않는다”라며 실명으로 댓글을 단다.
전 목사는 “교회를 찾지 않는 사람이 많아진 것은 교회가 그들만의 리그에 머무르고, 세상에 필요한 것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라며 “알바하고 와서 피곤해 조는 아이를 흔들어 깨워 설교를 듣게 하는 것이 목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아닌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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