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스터스’ 14일 개봉 앞두고 내한
기상 연구원이 토네이도 쫓는 얘기
美개봉 한달안돼 세계 매출 3875억
“블록버스터 영화 제작의 꿈 이뤄”
한국계 미국인 감독 정이삭(46·사진)이 다시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까.
정 감독이 14일 국내 개봉하는 ‘트위스터스’로 돌아온다. 미국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윤여정)을 받은 ‘미나리’(2021년) 이후 3년 만이다. 제작비 200만 달러(약 27억 원)의 소규모 영화 ‘미나리’로 인정받았던 정 감독이 첫 상업 영화로 제작비 1억5500만 달러(약 2133억 원)에 달하는 대작 메가폰을 잡은 것. 정 감독은 7일 서울 용산구의 한 영화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어렸을 때부터 블록버스터 영화를 만드는 게 꿈”이라며 “마법과도 같은 토네이도를 가까이서 체험하길 바란다”고 했다.
영화는 뉴욕 기상청 연구원인 케이트(데이지 에드거존스)가 토네이도를 쫓아다니는 이야기다. 서사는 간단하지만, 관객에게 토네이도를 마주한 것 같은 실감 나는 체험을 선사한다. 아이맥스, 4DX 등 특수 상영관에서 즐기면 한여름 더위를 날려 버릴 만큼 시원한 두려움을 느낄 수 있다. 정 감독은 “모든 세계가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으로 축소돼 거대한 것을 바라볼 기회가 사라지고 있다”며 “영화관이라는 안전한 공간에서 우리보다 훨씬 더 큰 존재를 경험할 것”이라고 했다.
아칸소주에서 유년기를 보냈던 정 감독은 어릴 적 트럭을 타고 토네이도를 피했던 아찔한 경험이 있다. 두려움에 가득 찼던 기억은 ‘미나리’에 담겼다. 아버지 제이컵(스티브 연)이 가족들을 데리고 미국 남부 시골 농장에 몰아치는 토네이도를 피하는 장면으로 승화된 것. 정 감독은 지난달 15일(현지 시간) 미국 언론 인디와이어와의 인터뷰에서 “‘미나리’에서 헛간이 불타는 장면을 찍다 재난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트위스터스’에서 토네이도의 위력을 살려내기 위해 선택한 건 야외 촬영이다. 오클라호마주, 캔자스주 평원에서 대부분의 장면을 찍었다. 배우들에게 바람, 흙, 비, 우박을 맞히며 생생한 표정을 담았다. 정 감독은 “시각특수효과(VFX)보다는 야외 촬영을 많이 하고 싶었다”고 했다.
신작은 1996년 개봉한 영화 ‘트위스터’의 후속작이지만 전편을 모르는 이도 쉽게 공감할 수 있다. 미국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가 공동 제작을 맡아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지난달 17일 미국 개봉 직후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7일 기준 세계 매출 2억8130만 달러(약 3875억 원)를 기록하고 있다. 정 감독은 “첫 블록버스터 연출이 두렵기도 했지만 피하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두려움이 나에게 성장할 기회와 영감을 줬다”고 했다.
토네이도라는 낯선 소재에 국내 관객들이 반응할지는 미지수다. 토네이도를 내세운 ‘인투 더 스톰’(2014년)은 국내에서 207만 명이 관람했다. 정 감독은 “삶에서 예기치 못한 일을 만나 통제력을 잃고 무력감을 느낄 때가 있다. 토네이도를 경험해 보지 않은 관객이라도 누구나 이들에게 이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차기작은 ‘미나리’에 가까울지, ‘트위스터스’에 가까울지 알 수 없지만 또 다른 도전을 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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