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과 사춘기 보낸 첫 세대… 사회적-인지적-정서적 기능 손상
우울증-자해-따돌림 피해 등 급증… 사회적 차원 사용 줄이기 대책 필요
◇불안세대/조너선 하이트 지음·이충호 옮김/528쪽·2만4800원·웅진지식하우스
스마트폰에 혼을 뺏긴 듯 눈도 깜빡이지 않는 아이를 둔 부모라면 눈여겨볼 책이다. ‘디지털 세계는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병들게 하는가’라는 부제를 단 신간은 디지털 기기가 1996년 이후 태어난 Z세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파헤친다.
미국 퓨연구센터가 2022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10대의 46%는 ‘거의 항상’ 온라인에 접속해 있다고 응답했다. Z세대 중 연령이 가장 높은 층은 2009년 무렵부터 사춘기가 시작됐는데, 이때는 마침 정보기술(IT)의 생활화가 본격화된 때다. 2007년 아이폰이 출시된 데 이어 2010년 스마트폰에 전면 카메라 기능이 추가됐다. 2012년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을 인수한 이후 개인 계정에 자신의 사진을 게시하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 흥미진진하고 중독성이 강한 ‘알라딘의 램프’를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면서 사춘기를 보낸 역사상 첫 세대가 된 것.
미국 사회심리학자인 저자는 Z세대가 처한 새로운 성장 방식을 ‘아동기 대재편(Great rewiring of childhood)’이라고 일컫는다. 놀이 등 소규모 공동체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자라온 기성세대와 달리 IT 기기가 그 역할을 대신했다는 것. 동물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놀이는 어린 포유류의 뇌 회로를 연결하고 완성하는 작업으로, 어른이 돼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술을 배울 수 있는 핵심 수단이다. 이런 기능을 수행하는 놀이를 잃으면 사회적, 인지적, 정서적 손상이 불가피하다.
실제로 성장 과정에서 놀이 대신 IT 기기를 택한 Z세대는 지나치게 예민하고, 만성적으로 불안하며, 무기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불안세대’가 됐다. 청소년 우울증이나 자해, 자살, 온라인 성착취, 사이버 집단 따돌림 등도 늘고 있다. 영국에서 2000년에 태어난 아동 1만9000명을 추적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평일에 소셜미디어에 5시간 이상을 쓴다고 답한 여자아이는 소셜미디어에 시간을 전혀 쓰지 않는다고 답한 여자아이보다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3배나 높았다.
저자는 아동기 대재편을 초래한 원인이 IT뿐 아니라 자녀에 대한 과잉보호에도 있다고 말한다. 특히 미국, 영국, 캐나다에서 어린이를 부모 감시 없이 밖에 돌아다니게 하면 범죄자의 표적이 되기 쉽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아이들을 밖으로 내보내 놀게 하는 대신 스마트폰을 쥐여준 부모의 선택이 ‘불안세대’를 부추겼다는 얘기다.
IT 기기로 촉발된 아이들의 정신 불안을 막으려면 가정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고 정부, 회사, 학교, 부모가 함께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고교 이전 스마트폰 사용 금지 △16세 이전 소셜미디어 사용 금지 △학교에서 휴대전화 사용 금지 △어른의 감독을 받지 않는 놀이와 독립적 행동 확대라는 네 가지 핵심 지침을 제시한다.
현실적으로 이런 것들을 모두 실천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IT 기기 사용 시간을 확 줄이는 ‘담대한 결정’이 필요한 때인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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