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학의 자리’ 소설가 정해연
속도감 있는 문체-고정관념 깬 설정
지난해부터 입소문 타며 인기몰이
종이-전자책 판매량 10만부 넘어
“3년 전 나온 책인데 지금도 (베스트셀러) 순위를 지키고 있으니 누가 ‘좀비 홍학’이라고 부르더라고요.”
작가 정해연(43)은 3년 전 출간 땐 빛을 보지 못했던 장편소설 ‘홍학의 자리’(엘릭시르)가 최근 역주행하며 베스트셀러에 오른 것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6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그는 “(스릴러가 인기를 끄는) 여름 시즌 덕분인 것 같다”며 겸손하게 말하기도 했다.
이 책은 2021년 출간 당시엔 큰 주목을 받지 못하다 지난해 여름부터 속도감 있는 문체와 고정 관념을 깨는 설정이 입소문을 타면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결말 스포 주의’ 문구가 달린 후기가 잇따라 올라온 것. 지난해 8월 넷째 주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에 194위로 처음 진입한 뒤 약 1년 만인 이달 첫째 주 15위(한국 소설 중에선 2위)로 수직 상승했다. 전자책 플랫폼 밀리의서재가 꼽은 올 상반기(1∼6월) 인기 도서 100권 중 가장 높은 완독률(88%)도 기록했다. 종이책 및 전자책 판매량이 최근 10만 부를 넘어섰다.
소설은 45세의 고교 교사로 유부남인 준후가 내연 관계인 18세 제자 다현의 시신을 호수에 유기하면서 시작된다. 준후는 다현의 죽음을 처음 발견한 ‘목격자’일 뿐이지만 경찰에 신고하지 못한다. 다현의 몸에서 자신의 DNA 등 육체 관계의 흔적이 발각될 것을 우려한 것. 결국 다현의 시신이 다른 사람에 의해 발견되면서 경찰의 수사망이 준후를 조여 온다. 정해연은 “범인이 아니지만 범인으로 몰릴 위기가 닥친 인물을 주인공으로 쓰면 ‘스릴’이 살겠다고 생각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가장 타격이 클 직업으로 선생님을 골랐다”고 말했다.
그는 2013년 장편 스릴러 ‘더블’로 등단하기 전에는 인터넷에 로맨스 소설을 연재했다. 어느 날 “네가 좋아하는 장르 소설을 왜 안 쓰냐”란 오빠의 얘기를 듣고서 미스터리와 스릴러 집필로 방향을 틀었다. “어렸을 때부터 코넌 도일의 ‘셜록 홈즈’, 애거사 크리스티의 소설을 많이 읽었어요. 읽기만 하다 직접 써 보니 독자들을 ‘놀래키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하하하.”
사이코패스끼리 대결을 벌이는 내용의 ‘더블’은 중국과 태국에 번역 출간됐고, 어설픈 유괴범과 천재 소녀를 다룬 ‘유괴의 날’은 드라마로 제작됐다. 그는 “미스터리, 스릴러는 인간을 가장 깊게 다루면서도 사회적 문제를 직접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장르”라고 말했다. 다만, 실제 범죄 이야기는 피해자에게 폐가 될 수 있기에 소설의 소재로 무작정 쓰는 것은 지양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지난달 26일 블랙 유머가 담긴 스릴러 ‘2인조’(엘릭시르)를 출간했다. 교도소에서 석방된 2인조가 재개발 중인 부촌에서 만난 시한부 노인을 대상으로 사기를 계획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그는 “교도소에서 자신이 무시당하지 않으려고 으스대는 범죄자들을 떠올리며 쓴 이야기”라며 “코믹과 범죄 스릴러가 섞여 무더운 여름에 가볍게 즐기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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