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국내 출간된 자기계발서 ‘섀도 워크 저널’(푸른숲)은 언뜻 보면 메모장 같다. 전체 240쪽 중 불과 30쪽에만 글이 쓰여 있고, 나머지는 독자가 직접 채워야 하는 빈칸으로 돼 있다. 첫 장엔 ‘나 ○○은 오늘부터 개인적인 성장과 수용을 위해 노력하기로 맹세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서명란이 있다. 이어 ‘내게 나의 행복은 얼마나 중요한가?’ ‘나는 나를 아끼는 마음을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는가?’ ‘어떨 때 화가 눈 녹듯 사라진다고 느끼는지 써보자’ 등의 질문에 대해 독자가 답을 쓰도록 돼 있다.
이는 스위스 정신분석학자 카를 융의 ‘그림자’ 개념에 따라 독자가 무의식을 기록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잠재력을 발견하도록 하기 위한 취지다. 이 책은 미국에서 2021년 출간 후 100만 부 이상 팔려 아마존 종합 순위 1위에 올랐다.
최근 독자가 스스로 빈칸을 채우는 독특한 자기계발서가 속속 출간되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베스트셀러 ‘거인의 노트’(다산북스)의 저자 김익한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가 최근 펴낸 ‘마인드 박스’(다산북스)도 독자들이 직접 채우는 문답지가 포함돼 있다. 나만의 인생관을 만드는 6단계 ‘생각 정리법’을 소개하면서 독자가 이를 실천할 수 있도록 유도한 것. 이 책은 출간 2주 후 온라인 서점 알라딘의 자기계발서 부문 2위에 올랐다. 문답지만 따로 빼서 만든 부록은 하루 만에 완판돼 추가 제작에 들어갔다.
배드민턴 선수 안세영, 프로게이머 페이커 등의 심리상담을 맡은 김미선 박사의 신간 ‘실패를 생각하지 않는 연습’(쌤앤파커스)엔 ‘실전 멘털 강화’ 기록지가 들어갔다. 뇌 구조를 묘사한 그림에 떠오르는 단어들을 적으며 내용을 익히도록 한 것. 문답형 자기계발서의 원조로 2015년 출간된 ‘5년 후 나에게 Q&A’(토네이도)는 최근 3년 동안 한정판 에디션이 완판됐다. 이 책은 매일 그날의 질문에 답을 하는 일기장 형식이다. 5년간 같은 질문에 각기 다른 5개의 답을 적을 수 있어 어떤 성장과 변화를 거쳐왔는지 한눈에 볼 수 있다.
출판계는 문답형 자기계발서가 느는 것은 체험형 콘텐츠를 선호하는 추세를 반영한 것으로 보고 있다.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요즘 독자들은 저자가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주입식보다 스스로 체험하고 효과를 깨우치는 걸 선호한다”며 “문장과 책의 구성이 독자 친화적으로 바뀌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김단비 다산북스 콘텐츠사업7팀장은 “자기계발서 애독자들은 직접 기록한 결과물을 통해 자신의 성장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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