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로 멸종위기 직면한 현존 곰 8종 서식지 탐사 보고
“다음 세기엔 3종만 살아남을 것”… 생태계 유지 역할 커 보존 절실
◇에이트 베어스/글로리아 디키 지음·방수연 옮김/436쪽·2만2000원·알레
극지방부터 온대지방까지 폭넓게 서식하는 곰은 여러 나라 신화들에 자주 등장하는 등 인간에게 친숙한 동물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개체군이 급감하는 등 멸종위기에 직면했다. 기후 변화와 서식지 소실로 전 세계 곰 개체군 대부분은 크게 줄고 있다. 현재 지구상에 남아 있는 곰은 8종에 불과한데, 과학자들은 이마저도 금세기 말을 넘기면 단 3종(대왕판다, 미국흑곰, 불곰)만 남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책은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8종의 곰 이야기를 담은 과학서이자 탐사 보고서다. 로이터통신 세계기후 및 환경 분야 특파원인 저자는 지구 곳곳을 다니며 곰들의 서식지를 관찰하고 이들이 처한 환경을 탐사했다. 남아메리카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종을 찾아 안데스산맥에 오르고, 인도 아라발리 산맥에서 먹잇감을 먹고 있는 느림보곰도 만난다. 생생한 현장 탐사 기록과 함께 곰의 생태와 역사, 신화 이야기를 교차해 서술한다.
현존하는 곰 8종은 대왕판다(중국), 미국흑곰(미국), 북극곰(캐나다), 불곰(미국), 느림보곰(인도), 반달가슴곰(베트남), 안경곰(에콰도르, 페루), 태양곰(베트남)이다. 갯과 동물이 35종, 고양잇과 동물이 41종, 고래목이 90종, 영장류가 500종인 것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적은 수다. 전 세계 서식 범위에 걸쳐 생존이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곰은 미국흑곰뿐이다. 개체 수가 90만 마리에 달해 다른 7종을 합친 것보다 많다.
저자가 야생에서 만난 곰들은 대체로 생존을 위해 악전고투를 벌이고 있었다. 우뚝 솟은 산과 연어가 뛰노는 세찬 개울 속 대신 캐나다 횡단 고속도로 옆 공사현장 근처에서 나무뿌리를 파내고 있었다. 인간은 곰을 경제적 수단으로 이용하기 위해 좁은 철장이나 우리에 가둬 생활하게 했다. 재갈을 물리려고 주둥이를 뚫거나 이빨을 뽑았고 덫에 걸린 곰의 발을 잘랐다. 배에 주사기를 수십 번 찔러 넣으며 웅담즙을 채취했다.
곰 8종은 생김새와 습성이 다양하지만 모두 저마다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안경곰과 미국흑곰은 배설물로 씨를 퍼뜨리는 숲의 정원사다. 미국 콜로라도주 로키산맥 국립공원에서는 곰의 똥 한 더미를 온실에 옮겨 심는 실험을 했는데 약 1200개의 묘목이 여기서 자라났다. 고기를 많이 먹는 곰은 사슴과 말코손바닥사슴의 개체 수를 균형 있게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곰의 서식지를 보전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먹이사슬에서 곰 하위에 있는 모든 종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저자는 곰 8종을 보존하는 일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인간 역시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곰이 생존할 수 없는 생태환경이라면 인간도 마찬가지라는 것. 곰이 안전하게 길을 건널 수 있도록 생태 육교를 설치하고, 서식지 내 인공 수원과 흰개미 둔덕을 조성하는 등 세계 각지에서 곰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사람들에 대한 취재기도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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