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구단 ‘도쿄도 동정탑’ 국내 출간
“챗GPT가 만들어낸 문장 5% 사용”
생성형 AI의 문학 사용 논쟁 불붙여
아쿠타가와상 심사위원 “문제없어”
“제 작품을 ‘문학이 아니다’라고 정의하더라도 저는 크게 개의치 않습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을 100% 활용한 글도 문학작품이 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일본 소설가 구단 리에(34)는 “이과와 문과를 구분하는 것이 난센스인 것처럼 문학과 문학이 아닌 것을 구분해 생각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도쿄도 동정탑’으로 올 초 일본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그는 “소설의 5% 정도는 챗GPT가 만든 문장을 인용했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심사위원들은 “AI 활용이 작품 심사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정도로 작품의 수준이 높았다”고 했지만, 문학에서 생성형 AI의 활용이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 논란이 됐다. 지난달 31일 ‘도쿄도 동정탑’의 국내 번역 출간을 계기로 그를 서면으로 만났다.
소설은 도쿄 도심에 71층짜리 최첨단 교도소 ‘도쿄도 동정탑’이 들어서는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이곳에서 범죄자들은 처벌 대신 동정을 받아야 할 ‘호모 미세라빌리스’(불쌍한 인간이라는 뜻의 라틴어)라고 불린다. 범죄자들은 불우한 환경 탓에 어쩔 수 없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논리에 따라 탑에서 좋은 대우를 받는다.
탑의 설계를 맡은 건축가로 과거 데이트 폭력 피해자였던 마키나 사라는 이에 공감하지 못한다. 주변 인물들과 대화를 나누고, 생성형 AI인 ‘에이아이 빌트(AI-Built)’에 여러 질문을 던지며 상황을 이해하려고 애쓴다. 구단은 “말로 대화하는 것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이 소설을 썼다”며 “인간의 말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생성형 AI가 작품에 등장한 것은 필연”이라고 말했다.
소설엔 생성형 AI가 만드는 공허한 문장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깔려 있다. ‘에이아이 빌트가 똑똑하고 공손한 양식을 잘 꾸미는 건 치명적 문맹이라는 결점을 감추기 위함’이라는 서술이 대표적이다. 구단은 “사물의 본질을 알려고 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말을 바꾼다 한들 현실은 변하지 않는 게 아닐까란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작품을 쓰면서 생성형 AI의 변화에 놀라움을 느꼈다고 한다. 작품을 완성한 시점에는 AI의 답변을 예측할 수 있게 돼 별 재미를 못 느꼈지만, 수상 이후 답변이 달라져 있었다는 것. “구사하는 단어의 수준이 달라진 정도가 아니라, 대화의 자세 자체가 훨씬 더 인간처럼 바뀌었더라고요. 정답보다 공감을 더 중요하게 여기게 된 거죠.”
실제로 도쿄도 동정탑 같은 시설이 현실화된다면 어떨까. 그는 “일하지 않아도 안전하게 지낼 장소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면 노동 의욕을 잃게 될 것”이라며 “10년쯤 지나면 ‘동정받아야 할 사람들을 수용한다’는 애초의 개념은 희미해지고 단순히 게으른 사람들을 위한 시설로 전락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소 비현실적인 세계관을 통해 현실의 문제를 꼬집는 그의 작품 스타일은 어디에서 비롯된 걸까. “저도 현실 사회의 답을 얻고 싶어서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현실과 연결해서 작품을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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