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0개 코스 76곳 방문 도장 찍기… ‘국가유산 여권’ 핫템 부상
7개월 만에 투어 완주한 50대 주부… 한복 입고 인증샷 찍는 크리에이터
올 7만5000부 외 추가분 모두 동나… 유산진흥원 “1만부 더 제작해 배포”
연두색 한복을 입고 올해 6월 충북 보은군 속리산의 법주사에 방문한 한복 크리에이터 김현진 씨(34)는 법주사 셀프 체험존에 들러 ‘국가유산 방문자 여권’에 인증 도장부터 찍었다. 지금까지 모은 도장만 40개. 남성 한복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그는 한복과 잘 어울리는 유적지를 수시로 찾아다니는데, 국가유산 방문자 여권에 인증 도장을 찍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 됐다. 김 씨는 “처음엔 영상을 찍기 위해 찾아다녔지만 이제는 아름다운 유적지의 인증 도장을 수집하는 게 또 다른 목표가 됐다”고 말했다.
국가유산 방문자 여권이 최근 쉽게 구할 수 없는 ‘핫템’으로 부상하고 있다. 국가유산청과 국가유산진흥원이 함께 진행하고 있는 ‘국가유산 방문 캠페인’ 중 하나로 실제 여권 크기와 비슷하게 제작된 이 가상 여권은 온·오프라인으로 발급 받은 뒤 전국 10개 코스의 거점 76곳에 방문해 도장을 찍을 수 있다. 스탬프 개수에 따라 여권 케이스, 레디백 등의 상품도 받는다. 76곳에서 모두 도장을 찍으면 완주 인증서와 크리스털 인증패가 수여된다. 원래는 단순 스탬프 투어였지만 2022년 10월부터 여권을 도입하면서 인기가 더 많아졌다.
국가유산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발권 예정이었던 여권 7만5000부는 상반기 안에 모두 소진됐다. 추가 물량 3만5000부를 더 생산했지만 이마저 금세 동이 났다. 여권에 표기된 76곳 모두를 방문한 인원은 이달 기준 199명에 이른다. 진흥원 최은정 지역협력팀장은 “콜센터로 여권을 다시 발급해 달라는 전화가 하루 평균 300통가량 올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고 했다.
방문자들은 국내 명소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데다 특별한 여행 기념품이 된다는 점을 국가유산 여권의 인기 요인으로 꼽는다. 방문 코스는 각 지역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콘셉트에 맞는 대표 명소들로 구성돼 있다. 예를 들어 경상 지역 중심의 ‘가야 문명의 길’은 경북 고령군 지산동 고분군 등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가야 고분 7곳과 수로왕릉, 국립김해박물관 등 9곳이다. 수도권 ‘왕가의 길’은 남한산성과 창덕궁, 사도세자와 정조 부부의 무덤인 화성 융릉과 건릉 등으로 구성됐다.
잘 알려진 문화유산 외에 숨겨진 보물 같은 장소를 찾는 재미도 있다. 전업주부 신유미 씨(55)는 지난해 7월부터 올 3월까지 친구와 함께 전국 여권 투어를 완주했다. 2주에 1번씩 강원, 전라, 경상도 등 전국 곳곳을 돌았다. 신 씨는 “가야 문명의 웅장한 고분군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며 “이젠 해외보다 국내 여행에 더 흥미가 생긴다”고 했다.
여권 투어는 자녀 교육용으로도 인기다. 진흥원에 따르면 여권을 신청한 남성의 32.7%, 여성의 52.9%가 30, 40대인데, 대부분 어린 자녀를 동반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단우 군(7)의 아버지 김용민 씨(47)는 2021년 9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2년에 걸쳐 여권 투어를 완주했다. 김 씨는 “우리나라 모든 지자체는 거의 발도장을 찍었다”며 “매 주말 아이와 전국을 여행하며 역사와 선조들의 지혜를 배워가는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진흥원은 올해 안에 추가로 여권 1만 부를 제작해 배포할 계획이다. 국가유산 방문 캠페인 홈페이지에서 신청받으며 조기 소진을 막기 위해 매월 20일 선착순 1500부씩 배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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