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24년, 서울의 북한산에서 서양의 고대 조각상이 발굴되다.’ 이 허구의 스토리를 바탕으로 제작된 ‘3024년 북한산에서 발견된 헬멧을 쓴 아테나’는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질적인 풍경 앞에 작은 인간의 뒷모습은 기묘한 풍경을 더욱 경건하게 만든다. 이 작품은 다니엘 아샴이 한국 전시를 위해 특별히 제작한 두 신작 중 하나이다.
미국 출신의 아샴은 디올, 포르쉐, 아디다스, 티파니앤코 등 글로벌 브랜드와 협업하며 다양한 작품을 선보여 왔다. 그는 일상의 물건을 인위적으로 부식시켜 마치 미래에 발굴된 유물처럼 제시하는 ‘상상의 고고학(fictional archaeology)’이라는 독창적인 개념을 창조했다. 현재 그는 뉴욕,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이번 롯데뮤지엄에서 열리는 ‘서울 3024 ─ 발굴된 미래’는 포스트 아포칼립스(종말 이후의 세계) 세계관을 바탕으로 1000년 후의 서울을 배경으로 한다. 영화와 조각 등 다양한 장르의 250여 점의 작품을 통해 관람객은 과거, 현재, 미래가 혼재된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전시에서 눈길을 끄는 작품 중 하나는 ‘포켓몬 동굴’이다. 하얀 동굴 속에 피카츄와 포켓몬이 부식된 모습으로 나타난다. 아샴의 작품에서 동굴은 시간의 흐름이 재정렬되고 집합되는 장소이자 새로운 세계를 마주하는 관문이다. 동굴 속의 부식된 포켓몬은 대중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현재와 미래가 교차하는 새로운 서사를 만든다.
이 외에도 ‘푸른색 방해석의 침식된 아를의 비너스’와 같은 조각상도 전시된다. 이 작품은 고전 조각상을 부분적으로 파손하고 침식된 형태로 제작해 시간의 흐름과 변화를 표현했다. 고전 조각상과 현대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병치해 과거와 현재의 대중적 이상향을 그린 ‘분절된 아이돌’도 만나볼 수 있다.
다니엘 아샴의 ‘서울 3024 ─ 발굴된 미래’는 10월 13일까지 서울 잠실 롯데뮤지엄에서 열린다. 전시는 기존의 시공간을 초월한 작품을 통해 관람객에게 현재를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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