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디셀러 뮤지컬 ‘영웅’의 공연 실황을 담은 영화 ‘영웅: 라이브 인 시네마’가 이달 21일 극장에서 개봉했다. 국내 창작 뮤지컬 사상 두 번째로 ‘밀리언 셀러’에 등극한 인기 공연을 극장에서도 볼 수 있게 된 것. 2009년 초연부터 15년간 안중근 역으로 꾸준히 무대에 선 배우 정성화가 출연한다. 한 관객평에 따르면 “공연 티켓의 반의 반보다 저렴한 값에, 오페라글라스 없이도 배우를 코앞에서 볼 수 있어 매력적”이라고 했다.
국내 창작 뮤지컬의 공연 실황을 찍은 영화가 활발히 제작되고 있다. 원작 뮤지컬을 영화화한 ‘뮤지컬 영화’와 달리 무대 위 연기를 고스란히 담아낸 장르다. 올해 1월 초연된 창작 뮤지컬 ‘키키의 경계성 인격장애 다이어리’는 6월 공연 실황 영화로 관객을 만났다. 공연은 서울 중구 CKL스테이지에서만 이뤄졌으나 영화는 대구, 부산 등 전국 11개 극장에서 상영되며 접점을 늘렸다. 창작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이달 23일 공연에서 일부 객석에 카메라를 설치해 뮤지컬 영상화를 위한 촬영을 진행했다.
공연 실황 영화는 뮤지컬에 대한 대중의 접근성을 높이고, 관객층을 두껍게 하는 역할을 한다. ‘키키의 경계성 인격장애 다이어리’를 제작한 공연제작소 작작의 홍지원 프로듀서는 “초연 당시 총 4주의 짧은 공연 기간 중 절반이 매진되면서 더 많은 관객을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이 컸다”며 “아직 작품이 공연되지 않은 지역의 영화관에서 상영되고 온라인으로도 생중계함으로써 기존 마니아 관객은 물론 그간 공연장을 찾기 힘들었던 새 관객이 많이 유입됐다”고 말했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직접 만든 뮤지컬을 바탕으로 다양한 콘텐츠 사업을 시도해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영웅’의 윤홍선 에이콤 프로듀서는 “(제작비를 감안하면) 당장 수익을 실현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창작 뮤지컬을 원천 IP(지식재산권)로 삼아 영역을 최대한 확장해 보려는 시도”라며 “뮤지컬 실황 영화가 하나의 새 장르가 될 수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해외 진출에도 유용하다. 한 공연계 관계자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으로 전 세계의 콘텐츠를 손쉽게 볼 수 있는 흐름 속에서 영상물은 공연에 비해 해외 관객과 만나기 수월하다”고 했다.
뮤지컬 팬들도 반기고 있다. 최근 티켓값이 고공 행진하는 가운데 저렴한 가격으로 공연을 즐길 수 있기 때문. ‘영웅: 라이브 인 시네마’는 인당 티켓 가격이 2만 원으로 현재 전국 순회 공연 중인 뮤지컬 ‘영웅’의 티켓가(6만∼17만 원)에 비하면 훨씬 저렴한 편이다. 비록 현장감은 덜하지만 큰 스크린에서 펼쳐지는 배우들의 연기를 보다 섬세하게 감상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지난해 상영된 뮤지컬 실황 영화 ‘사랑의 불시착’은 무대 주변으로 설치된 총 19대의 카메라로 클로즈업과 롱숏을 오가며 출연진의 연기를 다각도로 전달해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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