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악기와 피아니스트의 듀오 연주는 ‘기술적으로’ 어느 쪽이 비중이 크다고 하기 힘들다. 고전주의 이전의 현악 소나타는 ‘첼로(또는 바이올린)가 딸린 피아노 소나타’로 흔히 표기되기도 했을 정도로 피아노의 역할은 크다. 그런데도 듀오 리사이틀에는 흔히 ‘○○○ 첼로(바이올린) 리사이틀’이라는 제목이 붙기 일쑤다.
9월 8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무대에 오르는 첼리스트 이원해(33)와 피아니스트 최형록(31)은 ‘이원해 & 최형록 듀오 리사이틀 로맨틱 로드’를 제목으로 내세웠다. 23일 화상으로 만난 두 사람 중 이원해는 “프로그램을 정할 때 피아니스트의 비중이 큰 곡들이라고 느꼈다. 첼리스트와 피아니스트가 같은 조명을 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번 리사이틀에서 두 사람은 슈만의 환상소곡집 작품 73과 쇼팽의 첼로 소나타 G단조, 라흐마니노프의 첼로 소나타 G단조를 연주한다. ‘로맨틱 로드’라는 리사이틀 제목 그대로 19세기 중반에서 20세기 초에 이르는 낭만주의 감성이 전해지는 선곡이다.
의외로 이원해는 “학창 시절에는 감성적인 음악이 편하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개인적인 감정을 표출하는 게 어려웠고 현대곡이 더 편했죠. 이번 공연에서는 감정 표현에서도 더 성장했음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쇼팽과 라흐마니노프의 소나타는 각각 두 작곡가의 유일한 첼로 소나타다. 쇼팽의 소나타는 그가 생전에 출판한 마지막 작품이며, 피아노곡에 몰두했던 이 작곡가가 드물게 현악기를 사용한 작품이기도 하다. 최형록은 “세 곡 모두 피아노의 비중이 높다. 소리의 층을 섬세하게 구분해서 더 잘 들려야 하는 소리와 조금 덜 들리게 해야 하는 소리의 밸런스를 맞추는 데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원해는 프랑스 루아르 국립오케스트라 첼로 부수석을 지냈고 현악4중주단 노부스 콰르텟의 첼로 연주자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형록은 일본 센다이 국제 콩쿠르 피아노 부문에서 우승했으며 독일 뮌스터 국립음대 최고연주자과정에서 명교사 아르눌프 폰 아르님을 사사하고 있다. 누나인 가수 최해든(최효인)과 2인조 그룹 ‘블리쉬 녹턴’으로 활동하는 특이한 경력도 가지고 있다.
악기 소개를 부탁하자 이원해는 “1715년산 마테오 고프릴러 첼로를 사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저음은 파고드는 듯한 묵직한 소리가 나고, 고음은 크고 울림이 좋은 홀에선 걷잡을 수 없이 좋은 소리가 납니다. 이번에 연주할 IBK챔버홀은 악기와 홀이 서로를 잘 받는 것 같아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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