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 로비에 인공지능(AI)이 만든 작품 ‘비(非)지도(Unsupervised)’를 전시해 주목을 받았던 튀르키예 예술가 레피크 아나돌의 작품이 한국을 찾았다. 아나돌은 9월 5일 개관하는 서울 종로구의 예술 공간 ‘푸투라 서울’에서 개인전 ‘대지의 메아리: 살아 있는 아카이브’를 연다. 27일 한국을 찾은 작가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AI 기술에 대한 이해를 돕고 설명하는 전시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는 4개 공간에 나뉘어 선보인다. 처음 전시장에 들어서면 작품의 중심이 되는 생성형 AI 모델 ‘대규모 자연 모델(LMN)’의 개발 과정과 배경을 설명하는 영상이 보인다. 아나돌과 스튜디오 직원들은 첨단 기법을 이용해 세계 여러 곳의 우림 지역을 탐험하고 데이터를 수집했는데, 그 과정을 다큐멘터리 형태로 정리한 영상이다.
이 공간의 왼쪽 작은 방으로 들어가면 세계 각지의 우림을 AI가 시뮬레이션으로 재현한 영상이 가로로 긴 화면으로 펼쳐지는 ‘살아 있는 아카이브’ 작품이 보인다. AI가 상상하는 자연의 모습은 어떤 것인지를 여러 영상으로 보여주는 형태다. 그 다음 3번째 공간에서는 AI가 생성한 산호 이미지가 천장에 나타나는 작품 ‘인공 현실: 산호’가 있다.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기계 환각’ 시리즈가 펼쳐지는 4번째 방이다. 층고 10m가 넘는 거대한 방을 가득 채운 스크린에서 이미지의 입자가 폭포처럼 쏟아지는 영상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방대한 데이터들이 한데 섞여 뭉쳐졌다가 부서지는 듯한 모양이다. 이는 레피크 아나돌 스튜디오(RAS) 팀원이 10여 년간 수집한 자연에 관한 데이터와 세계 박물관, 학술 기관이 소장한 자료 등 우림에 관한 빅데이터를 AI 모델이 학습하고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다만 이번 작품은 MoMA에서 선보였던 ‘비지도’가 예술 작품을 소스로 한 것과 달리, 자연과 우림을 재료로 했는데도 결과물은 유사하게 보인다. “어떤 데이터를 넣든 결과물은 같은 것처럼 보이는데 해석은 관객의 몫이냐”는 질문에 아나돌은 “이 작품은 살아 있는 기록이기 때문에 시간에 따라 끊임없이 변한다”며 “모네, 고흐도 특유의 스타일이 있었듯이 나는 마르지 않는 물감인 데이터를 갖고 작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12월 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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