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곡’의 지옥편만 34개 장인 이유
‘앨리스’서 변주한 숫자 42의 비밀
‘셜록 홈즈’ 속 악당 수학자 이야기
수학자의 눈으로 본 문학 작품… 고전 등 새롭게 읽는 재미 쏠쏠
◇수학의 아름다움이 서사가 된다면/새러 하트 지음·고유경 옮김/416쪽·1만8500원·미래의창
“군인 10명이 적군 15명을 물리치고 4명의 사상자를 낸다고 생각해 보자. 15 나누기 4는 3.75이므로 승리한 군대의 투지가 3.75배 크다고 할 수 있다.”
작가 톨스토이가 ‘전쟁과 평화’에서 한 말이다. 그는 “다양한 역사적 단위를 방정식에 적용하면 특정 법칙이 존재해야 하고, 일련의 숫자를 발견할 수 있다”고 선언한다.
문학과 수학은 얼핏 만나는 점이 별로 없어 보인다. 하지만 ‘시는 일종의 영감을 받은 수학으로 인간 감정의 방정식을 묘사한다’(에즈라 파운드)같은 말을 들으면 생각이 달라질지 모른다. 2020년부터 3년 동안 영국수학사학회 회장을 지낸 저자는 “수학이 문학적 비유를 사용하듯 문학에도 수학자의 눈으로 간파하고 탐구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많다”고 소개한다.
책에 나오는 수학적 개념 모두가 톨스토이의 ‘투지 방정식’처럼 쉽게 파악되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을 쓰는 동기가 된 멜빌의 소설 ‘모비 딕’에는 화자(話者) 이슈메일이 말하는 곡선 ‘사이클로이드’가 나온다.
“냄비 속의 비눗돌을 보면서 나는 사이클로이드를 따라 미끄러지는 모든 물체가 정확히 같은 시간에 어느 지점에서 내려올 것이라는 놀라운 사실을 깨달았다.”
사이클로이드란 원을 직선 위에서 굴렸을 때 원 위의 한 점이 그리는 곡선을 말한다. 이 개념은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나 스턴의 ‘트리스트럼 섄디’에도 등장한다. 걸리버는 날아다니는 섬 라퓨타에서 사이클로이드 모양으로 자른 푸딩을 먹는다.
3부로 구성된 책의 1부는 시의 운율 등 문학의 밑바탕에 존재하는 수학을 탐구한다. 압운(押韻)과 음보(音步)가 있는 서구 시의 경우 수많은 조합의 형식이 가능하다. 레몽 크노가 1961년 발표한 ‘100조(兆) 편의 시’엔 14행으로 된 10개의 소네트(짧은 시의 일종)가 실려 있다. 각각의 행을 임의로 조합해 읽으면 10의 14제곱, 즉 100조 편의 시가 나올 수 있다. 만약 저자가 한국 전통 문학을 탐구했다면 ‘3-4-3-4(…)’의 음수율을 기본으로 하는 시조에 대해 언급했을 듯하다.
2부에서는 문학 작품에 등장하는 수학적 은유와 암시들이 소개된다. 단테 ‘신곡’의 연옥편과 천국편은 33개 장으로 돼 있지만 지옥편만은 34개 장으로 되어 있다. 3은 ‘성삼위일체’와 연관된 숫자로 여겨졌으며 이를 깨뜨린 것은 지옥의 상징이 된다. 수학자 루이스 캐럴이 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엔 42개 삽화가 있고 앨리스의 나이는 7세 6개월, 7과 6을 곱하면 42가 된다. 이 소설에 나오는 체스 게임 여왕의 나이는 날짜로 환산해 3만7044일인데 이는 42의 세제곱을 2로 나눈 것이다.
3부는 수학과 수학자가 직접 등장하는 작품들을 소개한다. 코넌 도일의 ‘셜록 홈즈’에 나오는 악당 모리아티는 수학자다. 수학적인 지적 능력에서 홈즈와 동등하기 때문에 함께 폭포에서 떨어져 죽는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 앨리스 먼로는 ‘너무 많은 행복’에서 주인공인 수학자 코발렙스카야의 입을 빌려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은 수학을 건조하고 메마른 과학이라고 생각하지. 하지만 영혼의 시인이 되지 않고는 수학자가 될 수 없어.”
2023년 나온 이 책의 원제는 ‘Once upon a prime’이다. ‘옛날 옛적에’를 뜻하는 ‘Once upon a time’을 살짝 비튼 것으로 ‘prime’은 수학에서 소수(素數)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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