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신문에 실린 상상 속 화성 생명체 모습[청계천 옆 사진관]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8월 31일 13시 00분


백년사진 No. 76 ◉ 2024년 8월 31일

1924년 8월 27일자 동아일보 2면에 흥미로운 사진이 실렸습니다. 그러나 사실 이 사진은 실제로 찍은 것이 아니라, 상상으로 그려낸 일러스트레이션입니다. 이 이미지를 처음 보고 웃음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백년사진’ 코너를 진행하면서 이렇게 헛웃음이 나온 것은 처음이었는데, 본문을 현대의 언어로 번역하면서도 웃음이 나왔습니다. 함께 보시죠.

1924년 8월 27일자 동아일보에 실린 화성 생명체 모습

함께 실린 기사의 제목은 “과학으로 본 화성: 화성에 사는 사람은 우리와는 다르다고”입니다.
◇화성에 동식물(動植物)이 있느냐. 있고 말고. 우리 사람보다도 더 진보 발달된 인류(人類)가 있다. 운하(運河)인 듯한 검은 줄이 화성면에 일백 팔십여개나 보인다. 강렬한 전기(電氣)로 지구에 통신길을 열라고 하는 형적이 있다 이렇게 떠드는 학자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운하라고 추측하는 검은 줄은 산맥인 것 같다고 하고 전기 통신은 『말코늬』의 시실 없는 말이라고 하여 화성에 인류가 산다는 것은 믿지 못할 말이라고 합니다. 화성에 공기 (空氣)나 수증기(水蒸氣) 있는 것은 학술상으로 증명이라도 할 수 있답니다. 그러나 동식물 중에도 인류가 있으리라고 말할 만한 확실한 증거는 아직 없습니다. 하여튼 화성에 인류 있다는 것은 한 의문(疑問)에 지나지 못하는 것인데 이번에 이 의문을 조금이라도 풀어보려고 장을 대는 사람이 많아서 『알프스』산『융그、푸라우』높은 봉에 올라가서 힘있는 전기로 통신을 해보겠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 의문이 얼마나 이번에 풀릴는지 아직은 이 역시 의문입니다마는 화성이란 별이 여러 가지 의미로 보아서 우리 지구와 사이가 가까운 것은 사실입니다. 되둥대둥 적기 때문에 쓸 데 없이 지면만 허비하였습니다. 이것을 다 적고 나니 화성에 무선 전신으로 통신이 여기저기 왔다고 외국전보가 있으나 거연히 믿지 못할 일입니다. 사진은 화성에 사는 사람들의 사진입니다. 영국 문호 사진은 화성에 사는 사람들의 사진입니다. 영국문호『에취、지、웰스』가 화성에 사는 사람은 이러하리라고 한 것을 불란서 화가 『무류피아르』가 그린 것인데 거기 사는 사람은 이 땅에 사는 사람과 같이 생긴 것이 아니라 머리가 몹시 크고 눈이 무서웁게 생겼으며 다리가 뱀의 꼬리 같이 여러개가 있어서 다닐 때네는 공중으로 슬슬 떠나니가가 않으면 우리 땅의 사람처럼 밥을 먹고 가는 것이 아니라 극히 자양될 것만 빨아 먹는데 소화기관(消化機關)은 없다 합니다. 언제든지 화성에 사는 사람과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이 한바탕 큰 싸움을 할 날이 있답니다. 이 땅에 사는 사람도 영악하지마는 그 별에 사는 사람은 아주 재주가 무섭다니까 그 놈들이 몰려와서 우리들의 피를 빨아 먹을 날이 있답니다. 그러나 이것은 소설이라 믿을 수는 없습니다.


● 영화 [우주전쟁]의 원작 소설에 나오는 화성인에 대한 묘사

화성에 동식물이나 인류가 존재할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일부 학자들은 화성 표면에 보이는 검은 줄무늬가 운하일 것이라고 추측하며, 화성에서 지구로 전기 신호를 보내는 시도가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기사와 함께 실린 그림은, 영국 작가 H.G. 웰스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프랑스 화가가 그린 것으로, 화성에 사는 사람들이 우리와 전혀 다르게 생겼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H.G.웰스의 소설 [우주전쟁]은 2005년 스필버그 감독과 톰크루즈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집니다) 이들은 큰 머리, 무서운 눈, 뱀처럼 여러 개의 다리를 가진 모습을 하고 있으며, 공중을 떠다니며 영양분을 흡수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살아간다고 묘사됩니다. 또한, 언젠가 지구인과 화성인이 큰 전쟁을 벌일 수도 있다는 상상까지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이는 소설적인 상상일 뿐, 믿을 수 없는 이야기라고 기사는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일러스트레이션은 100년 전 인류가 화성에 대해 갖고 있던 호기심과 상상력을 잘 보여주는 역사 자료입니다. 10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화성 탐사선과 로버를 통해 실제 화성의 모습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비록 이런 형태의 생명체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화성에서의 생명체 존재 가능성에 대한 연구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 100년 전 그려진 외계인 모습, 오늘날의 이미지와 얼마나 닮았나

그런데 저 일러스트레이션을 보면서 우리가 지금 상상하고 있는 화성인(火星人) 또는 외계인의 모습과 흡사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몸에 비해 큰 머리, 가느다란 팔다리는 분명히 인간과는 다른 외형을 갖고 있지만 둥근 머리와 눈과 입은 인간을 닮았습니다. 인간의 상상력이 그 때와 지금이 큰 차이가 없는 것인지 아니면 100년 전 누군가 처음 상상해서 표현한 외계인의 모습이 일종의 교과서처럼 인용된 것은 아닐지 생각해 봅니다.

20세기 초 대중 매체에서 그려진 화성인의 모습이 오랫동안 대중의 인식에 각인되면서 이후 영화, TV 프로그램, 만화 등에서 이러한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면서 외계인은 이런 모습이다라고 생각이 고착화된 가능성은 없을까요? 심리학에서도 말하는 초두효과(primacy effect)로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요? 처음 접한 정보나 이미지가 그 다음번 인식에 강한 영향을 미친다는 심리 현상 말입니다. 과학적 사실보다 문화적으로 전승된 이미지가 얼마나 강력한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것은 과학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과 대중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100년 전 신문에 실린, 외계인 모습을 살펴보았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느낌을 받으셨나요? 댓글로 여러분의 생각을 남겨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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