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이야기의 힘은 독자들이 상상하고, 창조하고, 세상을 더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데 있습니다.”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유튜브 쇼츠 같은 짧은 콘텐츠가 책보다 훨씬 인기 있는 시대, 책의 힘이 무엇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항상 컴퓨터나 화면 앞에 앉아 콘텐츠를 끊임없이 소비하기 때문에 더 이상 생각할 기회를 갖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1991년 장편 소설 ‘개미’로 데뷔한 뒤 ‘뇌’, ‘신’, ‘나무’ 등의 베스트셀러를 내놓았다. 7살부터 소설 습작에 나섰다는 작품 3500만 부가 전세계에서 판매된 작가다. 하지만 그의 지적 사색에는 멈춤이 없어 보였다. 그가 지난달 28일 이메일을 통해 근황을 알려왔다.
베르베르는 올 6월 한국에서 ‘퀸의 대각선(열린책들)’을 출간한 데 이어 다음달 프랑스에선 새 작품 ‘영혼의 왈츠(가제)’ 출간을 앞두고 있다. 내년에 한국에 나올 신작은 ‘키메라의 시대(가제)’다. 이렇게 우리가 베르베르의 작품을 이렇게 자주 만나볼 수 있는 이유는 그가 ‘꾸준히 쓰는 작가’기 때문이다. 베르베르는 “글쓰기는 마라톤이지 단거리 경주가 아니다”라며 “글쓰기로 마음먹었다면 끊임없이 글을 쓰고, 규칙적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퀸의 대각선’은 SF도, 판타지 소설도 아닌 베르베르의 첫 지정학적 소설이다. 혼자 있기를 혐오하는 ‘오토포비아(Autophobia)’에 걸린 니콜과 여러 사람이 모인 것을 혐오하는 ‘안트로포비아(Anthrophobia)’에 걸린 모니카 등 두 여성 스파이의 대결을 그린다. 어릴 적 체스 대회에서 조우한 두 주인공이 훗날 각각 소련 KGB, 미국 CIA 스파이로 활동하게 되는데, 이란 핵 위기와 911테러 등 세계사의 중대 사건들이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베르베르는 “현 상황에 대해 느끼는 바를 이야기하고자 했다”며 “양(서구)과 음(독재와 공산주의)라는 두 개의 상반된 블록이 존재한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또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들이 서구에 맞서 단결하는 모습 등을 보면 우려스럽다”고 했다.
베르베르는 이 소설을 쓸 때 충무공 이순신에게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팟캐스트를 듣다가 이순신 장군이라는 인물을 접했다”며 “이순신이 거북선이라는 기술적 해결책을 통해 일본 침략을 막아낸 점은 숫자가 열세여도 전략으로 이겨낼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순신은 한국인의 용기와 기술, 개인적 원한을 뛰어넘는 공동체 정신의 완벽한 전형”이라고 했다.
그는 다음달 프랑스에서 나오는 신작에 대한 정보도 소개했다. ‘영혼의 왈츠’는 개인의 내면을 탐구하는 ‘내적 여정(inner journey)’을 담은 작품이라는 것. 그는 최근 몇 년 간 내적 여정을 탐구하기 위해 가장 많은 시간을 들였다고 한다. 베르베르는 “주인공은 유일하게 내적 여정을 할 수 있는 인물”이라며 “지구를 덮쳐오는 어둠의 세력으로부터 지구를 구할 수 있는 해결책을 낼 수 있는 유일한 인간이기도 하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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