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세 老화가 바젤리츠가 세상을 거꾸로 그리는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9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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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슈뢰더 前총리 집무실에 있던
거꾸로 된 독수리 그림으로 유명
‘무너진 세상’ 담으려는 작가 의도
타데우스 로팍 서울서 신작 전시

게오르크 바젤리츠의 ‘존재하지 않았던 세계, 펠트 모자와 함께’(2023년). 타데우스 로팍 제공
게오르크 바젤리츠의 ‘존재하지 않았던 세계, 펠트 모자와 함께’(2023년). 타데우스 로팍 제공

거꾸로 뒤집힌 그림을 통해 오래된 가치관이 무너진 세상의 모습을 표현해온 독일 예술가 게오르크 바젤리츠의 작품이 한국을 찾았다.

3일 서울 용산구 타데우스 로팍 서울에서 개막한 전시 ‘독수리’는 작가가 거꾸로 그린 독수리 유화와 드로잉을 소개한다. 세계적인 주목을 받아온 이 작가의 뒤집힌 독수리 그림은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가 집무실에 건 것으로도 유명하다. 독수리는 독일을 상징하는 동물로 국가 문장에도 쓰이는데, 그런 독수리가 낙하하는 그림을 국가 수장이 집무실에 걸어둔 것. 한국으로선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독일에서는 슈뢰더 총리의 과감함과 현대미술에 대한 애정으로 해석됐다.

이번 전시에 선보인 작품은 모두 86세인 작가가 최근 그린 신작이다. 슈뢰더 전 총리 집무실에 걸렸던 그림이 낙하하고 있음에도 두껍게 올린 붓 터치로 파워풀한 이미지를 뿜어냈다면, 이번 작품들은 얇게 칠한 감각적 색채 위에 흐르는 듯한 선을 그려 서정성이 더 드러난다.

바젤리츠는 독수리뿐 아니라 인물화도 뒤집힌 모습으로 그린다. 특히 인물이 거꾸로 된 모습을 앞에서 마주하면 어지러움을 느끼게 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물리적으로는 물론이고 정신적으로도 폐허가 된 독일과 유럽의 분위기를 담아냈다.

바젤리츠는 안젤름 키퍼와 함께 1980년대 독일을 중심으로 일어난 신표현주의 사조의 작가로 꼽힌다. 신표현주의 작가들은 개념 미술이나 팝 아트로 회화가 등한시될 무렵, ‘회화의 본질로 되돌아가자’고 주장하면서 거칠고 활력 넘치는 조형성으로 미술계가 다시 회화에 눈을 돌리게 했다. 2018년 80세 생일을 기념해 스위스 바젤 바이엘러 재단, 미국 허시혼 박물관, 프랑스 운터린덴 박물관에서 순회 회고전이 열렸고 2021∼2022년엔 프랑스 퐁피두센터에서 대규모 회고전이 열리는 등 최근까지도 미술관에서 활발하게 연구·전시되고 있다. 11월 9일까지.

#게오르크 바젤리츠#드로잉#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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