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타가와상 수상 작가 우사미 린
서울국제작가축제 참석 위해 방한
아이돌 덕질-개인화 현상 등 담아
10대 문화 묘사 뛰어난 신예 꼽혀
“고도 성장이 한참 전에 끝났고 모두가 다 같이 추구하는 목표는 해체된 지 오래입니다. 동경하는 대상을 비롯해 모든 게 제각각 달라지게 된 사회적 요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 작가 우사미 린(25)은 한국, 일본 등의 10대들이 ‘아이돌 덕질’에 빠져드는 현상이 강화되는 이유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과거 고도 성장기 ‘주문’처럼 지배했던 사회 발전이란 공동체의 목표가 사라진 현재, 개인화가 강화되는 측면에서 아이돌 문화를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2020년 스물한 살에 발표한 ‘최애, 타오르다’(미디어창비)는 아이돌을 우상화하는 은둔형 외톨이인 주인공이 그 아이돌이 각종 루머에 휩싸이며 은퇴를 하자 크게 방황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 이 작품은 이듬해 일본 최고 권위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을 받는다.
“지금까지 아이돌 문화는 존재했지만 순문학과 연결 지은 적은 없었는데, 요즘 젊은 세대에게 익숙한 문화를 주제로 한 작품이 아쿠타가와상을 받자 신선해서 주목받은 것 같습니다.” 우사미는 서울국제작가축제(6∼11일) 참석차 6일 처음 방한한다. 그에 앞서 그를 4일 서면 인터뷰로 만나봤다.
2019년 ‘엄마’(미디어창비)로 스무살에 등단한 그는 2020년 역대 최연소로 미시마 유키오상을 수상하는 등 일본 문단에서 주목받는 신인이다. 두 번째 작품인 ‘최애, 타오르다’는 2020년 9월 출간 이후 2021년 상반기까지 일본에서 50만 부 넘게 팔렸다. 그는 이 작품에서 광적이기까지 한 ‘덕질’을 통해서만 삶의 감동을 경험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섬세하게 그렸다.
아이돌 덕질, 온라인 커뮤니티 등 10대 문화를 묘사하는 데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그는 ‘틱톡 세대의 호밀밭의 파수꾼’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요즘 10대들의 성장통을 그린다는 점에서 MZ세대에게 인기 있는 동영상 플랫폼 틱톡이 별칭에 붙은 것. 하지만 정작 작가 본인은 “틱톡을 설치한 적이 없어서 저 자신이 틱톡 세대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 근사한 별명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젊은 세대도, 젊지 않은 사람도 묘사해 가고 싶다”고 했다. 글의 소재를 10대 문화에만 한정 짓지 않겠다는 것이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넷플릭스 등 온라인 콘텐츠가 쏟아지는 시대에 젊은 작가로서 소설 쓰기의 의미를 묻자 “소설은 느리다는 점이 매력”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소설은 사회문제가 일어나고 난 뒤에 완성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느리니까 오히려 현상을 차분히 되돌아보면서 본질을 파악하는 데 적합합니다.”
한일 교류가 활발한 지금 그는 스물다섯에 처음 한국 땅을 밟는다. “해외에 가본 경험이 적어 불안하기도 하지만 한국에는 문화적으로도, 근본적으로도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는 부분이 있어 기대가 됩니다.” 그는 서울국제작가축제가 끝난 뒤에도 며칠 더 머물며 한국의 역사적 장소 등을 찾을 계획이란다.
그는 축제 둘째 날인 7일 소설가 이희주와 ‘죽도록 사랑해’라는 주제로 북토크를 연다. 그는 “사랑에는 무엇이든 구원하는 측면과 사람을 절망에 빠뜨리는 측면이 모두 있다”며 “이 모두를 받아들여서 이야기하고 싶다”고 했다. 자신의 작품을 어떤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지를 ‘해시태그’로 요약해 달라고 했다. 그의 답은 이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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