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서울올림픽 탁구金 양영자
“우직한 노력으로 올림픽 메달
힘든 시절 청년들 힘 얻었으면”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은혜처럼 누구에게나 언젠가는 반드시 꽃피우는 시간이 온다고 믿어요.”
1988년 서울 올림픽 탁구 여자복식에서 현정화와 함께 금메달을 딴 양영자 한국 WEC 국제선교회 선교사(60)는 지난달 29일 전화 인터뷰에서 “(이)은혜가 딴 파리 올림픽 동메달(탁구 여자 단체전)이 힘든 시절을 보내고 있는 청년들에게 ‘할 수 있다’라는 희망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양 선교사는 중국 허베이성 출신인 탁구 선수 이은혜(29)가 2011년 16세의 어린 나이에 귀화한 뒤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에 출전하기까지 가장 큰 도움을 준, 어머니 같은 사람이다. “선수 생활을 끝낸 뒤 1997년부터 몽골과 중국 네이멍구(內蒙古) 지역에서 탁구를 통한 선교 활동을 했어요. 일주일에 한 번씩 유소년 선수들을 집에 오게 해서 같이 성경 공부를 했지요. 그 안에 네이멍구로 탁구 유학을 온 은혜가 있었던 거예요.”
양 선교사는 “은혜는 연습벌레라는 말이 딱 맞을 정도로 탁구를 정말 좋아하는 아이였는데, 집안 형편 때문에 참가비가 없어 경기에 못 나갈 뻔한 적도 있었다”고 했다. 딸에게 탁구를 더 시키고 싶었던 이은혜의 부모는 양 선교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고. 양 선교사는 “미성년인 선수를 국내로 데려오는 방법은 입양밖에 없었다”며 “그때 개인적으로 탁구를 가르쳐주던 이충희 목사(당시 사랑의 교회 부목사)에게 부탁했더니 흔쾌히 받아줬다”고 했다.
귀화는 했지만, 웃는 날보다 우는 날이 더 많았다. 양 선교사는 “은혜가 너무 어려서부터 부모 곁을 떠나 산 데다 성격도 내성적이고, 한국 문화에 적응하는 것도 쉽지 않아 한국에 온 뒤 약 7년간 공황장애를 앓았다”고 했다. 중간에 운동을 그만두려고 고민한 적도 정말 많았지만, 운동과 신앙으로 버텨냈다는 것.
양 선교사는 “이번 파리 올림픽 출전도 포기하지 않는 근성이 빛을 발한 결과”라고 했다. 올림픽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본인과 양 선교사는 물론이고 탁구계 누구도 이은혜의 출전을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고. 탁구협회가 세계 랭킹 30위 안의 선수를 선발하기로 했는데, 전지희(2011년 중국에서 귀화), 신유빈은 일찌감치 확정됐지만 올림픽 한 달 전까지 나머지 한 자리를 채우지 못했다. 30위권 안에 드는 선수를 만들기 위해 각종 국제대회에 선수들을 참가시켰지만 결국 실패했다. 양 선교사는 “어쩔 수 없이 국내 선발전을 치렀는데 당시 세계 랭킹이 46위 정도였던 은혜가 기염을 토하며 출전권을 따냈다”며 “저는 물론이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고 했다. 그 바늘구멍을 뚫은 것이다.
양 선교사는 “은혜는 포기를 모르는 우직한 노력으로 결국 올림픽 메달이라는 일생의 꿈을 이뤄냈다”며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걷고 있는 많은 젊은이가 은혜를 보며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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