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름그린&드라그셋, 이색 설치전
미술관 안에 집-레스토랑 등 꾸며
“영화속 뛰어드는 기분 느끼게”
죽은 사람이 수영장 물에 떠 있는 모습의 베니스 비엔날레 설치 작품 ‘컬렉터의 죽음’(2009년), 사막 한복판에 프라다 매장을 세운 설치 작업 ‘프라다 마파’(2005년). 회화를 벽에 걸고 조각을 세워 전시하는 미술관이 아니라, 새로운 공간에 들어서는 느낌을 만들어내는 설치 작품으로 주목받은 북유럽 예술가 듀오 ‘엘름그린 & 드라그셋’의 개인전 ‘스페이스(Spaces)’가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3일 개막했다.
지난달 29일 기자간담회를 연 마이클 엘름그린과 잉아르 드라그셋은 “영화를 보면 그 속으로 들어가고 싶을 때가 있지만 화면은 2차원이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며 “이번 전시에서 영화의 한 장면으로 뛰어드는 기분을 느끼도록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시는 집, 수영장, 레스토랑, 식당, 작업실 등 5개의 거대한 공간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 전시실에 들어서면 140㎡ 규모의 집이 등장하는데, 거실 주방 침실 화장실을 모두 갖췄다. 두 작가는 “잉마르 베리만 감독 영화 같은 분위기의 집”이라며 “집 자체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영화 ‘기생충’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집을 지나면 물이 빠진 수영장, 영상 통화 중인 여자가 앉아 있는 레스토랑, 실험실이 옆에 놓인 주방, 그리고 작가의 작업실이 이어진다. 이들 공간에서는 창밖을 쳐다보거나, 가상현실(VR) 기기를 쓰고 있는 소년, 책 위에 놓여 있는 달팽이 등 수수께끼 같은 여러 단서가 놓여 있다. 관객이 직접 돌아다니며 이들을 관찰하고 각자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길 바란다는 것이 작가의 의도다.
마지막 작가의 작업실 방에서는 거울 위 하얀 페인트를 칠하고 ‘SLOW’라는 글자가 적힌 그림이 등장한다. 두 작가는 “다음에는 용산역 주변의 바쁘게 다니는 사람들을 전부 천천히 걷도록 만드는 퍼포먼스 작품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내년 2월 2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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