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도 오를때마다 ‘기후 난민’ 10억명 생겨… 新유목 이미 시작”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9월 11일 03시 00분


‘플래닛 아쿠아’ 낸 미래학자 리프킨
“2050년 47억명이 생태적 위협에 직면
기후 재앙 피해 대규모 인구이동 예상
지구는 물의 행성, 물 중심 관리해야”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이 자신의 신간 ‘플래닛 아쿠아’를 소개하고 있다. 그는 9일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에서 재택근무가 널리 도입되면서 젊은층이 삶의 질을 찾아 도시 외곽이나 농촌으로 향하고 있다”며 기후 재앙을 피하기 위한 대규모 이주가 세계적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음사 제공
“지구 온도가 1도 오를 때마다 기상 이변으로 인한 실향민이 10억 명 발생합니다. 신(新)유목 시대는 이미 도래했습니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79)은 신간 ‘플래닛 아쿠아’(민음사) 출간을 맞아 9일 한국 언론과 가진 화상 인터뷰에서 “지난 14년간 2100만 명이 기상 이변으로 이주를 택했다. 현재도 중앙아메리카와 중동에서 북미와 유럽 지역으로 사람들이 이주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기후 재앙을 피하기 위한 대규모 이주가 본격화되면서 해수면 상승의 직격탄을 맞는 대도시가 쇠퇴하고, ‘임시(팝업) 도시’가 출현하는 등 인류의 삶이 크게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3일 8개국에서 동시 출간된 그의 신간은 기후 변화로 인해 지난 6000년간 물을 통제하고 지배한 인류의 ‘수력 문명’이 막을 내릴 것이라는 예상을 담고 있다. 리프킨은 책에서 인류가 농경사회 이래 화석연료 기반의 산업화를 추구하면서 댐, 저수지, 제방 등을 만들며 물을 길들여 왔지만 이제 한계에 봉착했다고 분석한다. 예컨대 가뭄으로 담수가 고갈되면서 수자원 인프라는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는 것. 그는 “석탄, 석유 등을 활용한 산업 활동으로 메탄과 아산화질소가 대기 중에 대량으로 배출됐다. 인류는 진보를 이뤘지만 이제 엄청난 청구서를 받아들게 됐다”고 했다.

기후 재앙은 도시 중심의 정주 생활 패턴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기후 재앙이 극심한 아열대와 중위도 지역에서 북쪽으로 대규모 인구 이동이 예상된다. 그는 “2050년이면 인류의 절반이 넘는 47억 명이 ‘생태적 위협이 높거나 극심한 국가’에 거주하게 될 것”이라며 “기후 위기를 겪고 있는 중앙아메리카와 중동의 몇몇 정부는 붕괴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규모 인구 이동이 본격화되면서 독일 정부가 이미 제창한 ‘기후 여권’과 언제라도 해체 조립할 수 있는 3차원(3D) 프린팅 건물이 보편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는 “3D 프린팅을 활용해 이동하면서 해체 또는 재조립할 수 있는 집을 사람들이 갖고 다닐 것”이라며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콘크리트 대신 친환경 점토나 목재로 집을 지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시대에 군대의 역할도 기존의 국가 안보에서 ‘자연재해의 대응자’에 방점을 두리라는 게 그의 예상이다. 리프킨은 “이미 미국의 군인 수십만 명이 생태지역 복원에 투입되고 있다”며 “모든 글로벌 싱크탱크들은 앞으로 군대가 자원 확보에서 생태지역의 복구와 구호로 역할이 변경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기후 위기 해법으로 그는 물을 중심으로 생태계를 파악하고 관리하는 ‘수생태주의’를 제안했다. 그렇게 되면 경제적 성공보다 삶의 질을, 지정학보다 생태지역에 기반한 정치를 중시할 수밖에 없다는 것. 또 화석연료나 원자력보다 지속 가능성이 높으면서 한계비용이 없는 태양광과 풍력 에너지 발전에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전체 전기의 68%를 원자력 발전에서 생산하는 프랑스는 기온 상승으로 냉각수를 쓸 수 없어 발전소를 폐쇄하고 있다”고 했다.

지구에 ‘플래닛 아쿠아’란 새 이름을 붙이는 ‘리브랜딩’도 제안했다. 인간이 물의 행성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자는 것. 그는 “한국이 지구의 두 번째 이름, 플래닛 아쿠아란 명칭을 공식화하고 다양한 법률에 이 이름을 포함시키는 것을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플래닛 아쿠아#미래학자#리프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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