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지능’ 신진서 9단의 도전
“인공지능 덕분에 최고기량 갖춰
끝없이 성장하는 기사 되고싶다”
“만약 지금 실력으로 알파고와 대결한다면 5번기에서 과감하게 3승에 도전하겠습니다.”
지난달 열린 제2회 취저우 란커배 세계바둑오픈전 결승에서 우승을 거둔 신진서 9단은 10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열린 우승 기념 기자회견에서 ‘8년 전으로 돌아가 알파고와 맞붙는다면?’이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수읽기, 형세 판단 등이 인공지능(AI)과 유사해 ‘신공지능’으로 불리는 신 9단은 AI와의 대결에 대해 “아주 재밌을 것 같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2016년 구글이 개발한 알파고는 당시 이세돌 9단을 4승 1패로 이긴 후 중국 1인자 커제 9단 등 세계 최강자들을 상대로 60전 전승을 거뒀다. 이세돌에게 당한 1패가 유일한 패배였다. 신 9단은 “AI 덕분에 프로 기사들의 역량이 많이 성장했고 (나 역시) 세계대회에서 초일류 기사들을 꺾을 수 있는 기량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우승으로 인해 신 9단은 메이저 세계대회에서 7번째 우승을 거뒀다. 국내에선 이창호 9단(17회), 이세돌 9단(14회), 조훈현 9단(9회)을 잇는 기록이다. 올 3월 열린 제15회 춘란배 16강전에서 탈락했던 부진을 털어냈다.
자타 공인 세계 최강자인 그도 좌절감, 부담감에 바둑을 관두고 싶을 때가 많았단다. “2016년부터 2, 3년간은 어떻게 넘겼을지 모를 만큼 힘들었다”고 했다. 큰 대회를 앞두고는 여전히 잠을 설친다. 신 9단은 “슬럼프를 극복한 특별한 비결은 없다. 중요한 건 ‘꺾여도 그냥 하는 마음’이었다”고 했다.
큰 대회를 앞둔 신 9단만의 컨디션 조절 비법은 무엇일까. 그는 “루틴은 없고 잠을 많이 잔다”며 “세계대회 때는 아침이나 점심을 많이 먹지 못해 매우 허기진 상태에서 대국하는 편”이라고 했다.
신 9단 앞에는 ‘최고 상금’ ‘정상’ 같은 화려한 수식어가 늘 따라다닌다. 올 1∼8월 그의 누적 상금은 13억4069만 원으로, 연말까지 약 1억6000만 원을 추가로 획득하면 한국기원 사상 연간 최대 상금인 15억 원을 넘어선다. 그는 “바둑 기사가 다른 스포츠에 비해 상금이 부족한 건 사실이다. 많이 받을 수 있으면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바둑 아닌 다른 일을 하는 게 상상이 가지 않는다”는 그의 목표는 ‘끝없이 성장하는 기사’로 기억되는 것이다. 신 9단은 “AI조차 수를 다 못 찾을 만큼 쉬우면서도 어려운 게 바둑의 매력”이라며 “15년 이상 바둑을 뒀지만 보면 볼수록 수가 더 나오는 게 재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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