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펀드 투자했다 105억 날린 MBC…방문진 손놓고 있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9월 11일 14시 30분


MBC가 미국 라스베이거스 리조트 개발 펀드에 투자했다가 투자금 105억 원을 모두 날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감독해야 할 MBC 최대 주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은 투자금 전액을 날린 뒤에야 사실을 보고받았고, 책임자에 대해 문책을 요구하지도 않았다고 감사원이 밝혔다. 감사원은 방문진이 MBC의 부실 경영을 방치했다고 판단했고, 앞으로도 “관리감독에 소홀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MBC, 이사회 승인 없이 1900억여 원 ‘부동산 대체펀드’ 투자

감사원이 11일 공개한 방문진에 대한 감사보고서에어 이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감사원은 회사의 이익을 해치는 방만 경영을 했다고 의심되는 MBC 및 자회사 관계자들에 대해 업무상배임 혐의 등으로 검찰에 수사참고자료를 전달한 상태다. MBC와 관련한 감사원의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한 방문진 관계자들에 대해서도 감사원은 감사원법위반, 공공기록물법위반 혐의로 수사참고자료를 검찰에 전달했다.

앞서 감사원은 MBC·KBS 소수 노조 연합체인 공정언론국민연대 관계자 등 477명이 국민감사를 청구함에 따라 방문진에 대한 감사에 착수한 바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MBC는 2019년 임원회의에서 여의도 사옥 매각 대금 4849억 원을 금융상품 위주로 투자하던 이전과 달리 적극 운용하기로 결정했고, 본부장 전결로 부동산 대체투자 상품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MBC는 2019년 7월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 리조트 건설 사업에 투자하는 ‘라스베이거스 리조트 펀드’에 105억 원을 투자했다. 당시 MBC가 체결한 계약에는 채무자인 리조트 개발업체가 ‘선순위 채권자’인 JP 모건에 자산을 양도할 경우 나머지 채무를 갚지 않아도 된다는 ‘DIL(Deed in Lieu)’ 조항이 포함돼있었다. 결국 ‘중순위 채권자’인 MBC로서는 전액 손실이 날 수도 있는 ‘초고위험 투자’였던 것. 결국 리조트 개발업체가 2020년 6월 ‘디폴트’를 선언하고 사업을 포기했고, 선순위 채권자인 JP 모건이 이 개발업체의 자산을 모두 넘겨받음에 따라 MBC는 투자금 전액을 잃게 됐다.

MBC가 고위험 부동산 대체펀드에 투자한 금액을 총 자산의 8%가 넘는 1905억 원 규모로 보는 감사원은 나머지 투자 건도 상당부분 손실이 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감사원은 “MBC와 방문진이 국내외 부동산 대체투자 상품 투자 관련 임원회의 논의 자료, 리조트 펀드 투자에 대한 법률 실사보고서 등을 제출하지 않았다”며 정확한 손실 규모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밝혔다.

부실 경영을 감독해야 할 방문진은 MBC가 ‘리조트 펀드’ 투자금 105억 원을 전부 날린 2021년 2월까지도 부동산 대체투자 사실에 대해 MBC로부터 보고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방문진의 한 이사가 2021년 3월 “기사에서 봤다”며 부동산 대체펀드 투자 사실이 있느냐고 질의한 뒤에야 MBC는 “리조트 펀드 투자금을 손실로 처리했고, 20여 건의 부동산 대체투자를 했다”고 보고한 것. 하지만 같은해 8월 방문진 이사들의 임기가 만료되고 새 이사진이 선출되면서 이 문제도 유야무야됐다. 새롭게 임기를 시작한 이사회는 2023년 6월까지도 MBC의 투자 손실과 관련해 제도 개선을 요구하거나, 관련 경영진의 문책을 요구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 방문진, MBC 자회사 ‘100억 손실’에도 “나중에 보고 듣겠다” 방치

MBC 자회사인 MBC플러스가 2018년 전남 여수와 인천에서 ‘실내스포츠테마파크’ 사업을 부실하게 추진해 100억 원 대 손실을 낸 사실도 이번 감사에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도 방문진은 이를 제대로 감독하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MBC 플러스는 2018년 5월부터 전남에서 실내 스포츠 테마파크를 공동 운영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그런데 공동 사업을 하는 업체가 테마파크 시설물을 제대로 설치 하지 않아 테마파크 운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MBC플러스는 임대료로 매년 10억 가까운 돈을 내면서도 업체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사업을 주도한 MBC 플러스의 사업팀장과 팀원은 인천에서 테마파크 공동 운영 사업을 할 때는 공동 사업을 하는 업체 관계자와 강남 유흥주점에서 여러 차례 술자리를 갖기도 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방문진은 MBC가 이런 개발 사업을 방문진과의 사전 협의 없이 추진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이때 방문진의 일부 이사들이 “고발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지만 방문진 의장은 “MBC 본부장을 통해 이 문제가 나중에 어떻게 처리됐는지 보고를 듣겠다”고 회의를 마무리했다. 이후 방문진은 자회사 대표이사와 담당 이사에게 문책 경고와 기관 경고를 했다는 MBC의 보고를 받은 뒤 별다른 이의 없이 이를 받아들였다. 당시 방문진에 보고를 하는 MBC 경영진이 이 사업 진행과 연관된 인물들 이었기 때문에 지배주주인 방문진이 적극 관리감독해야했다고 감사원은 보고 있다.

방문진 측은 감사원에서 “방문진의 존재 이유는 MBC가 방송 독립을 지킬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고, 구체적 경영활동을 통제하는데 있지 않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방문진이 현행 방문진법과 상법상 MBC의 경영을 관리감독할 권한도 있다고 보는 감사원은 “관련 업무를 소홀히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관리 감독에 소홀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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