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진행된 시즌1에서는 관성을 깬 이들 11명을 인터뷰했었는데요. 시즌2에 합류한 제가 독자의 입장이 돼 되새겨볼만한 이야기들을 재발굴해 봤습니다. 추석 연휴를 맞아, 묵혀두기 아까운 이들의 이야기를 살펴보며 새로운 인사이트를 떠올리는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행운’이라는 이름의 ‘칠전팔기’
조은우 ‘복을 만드는 사람들(복만사)’ 대표(43)는 냉동김밥 창시자입니다. ‘저렴하고 품질은 다소 떨어지는 냉동제품’이라는 고정관념은 기술 개발을 통해 ‘비건김밥’으로 승화시켰습니다.
냉동김밥을 만들기까지 조 대표는 수 차례 ‘불운’을 겪었습니다. 두 번의 고깃집, 죽, 이유식, 빵, 호떡, 치즈스틱까지 일곱 번이나 종목을 바꿔가며 창업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실패하게 됩니다.
그는 지금까지의 성공에 ‘여러 행운이 따랐다’고 했습니다. 사실 시즌1에 함께 한 인터뷰이 중 조 대표처럼 ‘운이 좋았다’고 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자신의 성공 비결을 출중한 능력이나 운명에서 찾지 않은 겁니다. 겸손의 표현일 수도 있지만, 제작진이 보기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사실 이들은 ‘행운’이 찾아올 때까지 끊임 없이 노력하고, 도전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이 ‘행운’이라고 표현한 순간들은 사실 ‘칠전팔기’에 가까운 것이었습니다.
조 대표의 도전기를 들여다보면 그의 성공도 운보다 노력의 결과물에 더 가깝습니다. 사업 실패의 쓴맛을 보고, 1000만 원을 들고 하동으로 돌아왔을 때 포기해 버렸다면 지금의 성공은 없었을 겁니다. 운이 좋아 성공한 게 아니라, 성공할 때까지 도전한 것이 그의 성공 비결이었습니다.
서로 연관성이 없는 직업들을 나열한 것 같은데, 한 사람이 가진 정체성이라고 하면 믿어지시나요? 주인공은 바로 한국살이 14년 차 방송인 타일러 라쉬(36)입니다. ‘비정상회담’에 나온 ‘대한미국인’, ‘뇌섹남’으로도 잘 알려져있고요.
끊임 없이 도전하는 그의 원동력은 어디에 있을까요? 타일러는 ‘도전’ 대신 ‘실험’이라는 독특한 표현을 꺼내들었습니다. 도전이라고 하면 거창한 목표를 설정해야할 것 같고, 그 규모에 압도돼 포기하기 쉬운 반면 최소 규모의 실험을 하면 하고 싶은 것을 다 해볼 수 있다는 겁니다. ‘작은 것부터 시작해보고, 안 되면 그만이지’라고 생각해보니 어쩐지 마음이 조금 편안해지는 느낌입니다.
“전 해보고 싶은게 있으면 ‘이걸 실행할 수 있는 최소한의 행위 규모가 뭘까?’를 가장 먼저 생각합니다. 시작부터 거창한 목표를 잡으면 그 규모에 압도돼 포기하거나, 시간과 비용이 많이 투입돼서 비효율적이잖아요.”
그렇다면 그 ‘최소한의 행위’로 이끄는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요? 타일러 ‘이 아이디어가 실현되면 어떨까’라는 궁금증을 꼽았습니다. 그는 “‘이게 가능할까?’라는 부정적 감정에 압도돼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감정을 이겨내고 ‘한 번 해보자’라는 마음을 먹어야 한다”고요. ‘궁금한 곳으로, 일단 작은 한 걸음부터’라는 겁니다.
‘H는 묵음이야’라는 광고 카피라이트를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외국 브랜드인가’라고 생각했던 분들도 계셨을텐데, 사실 길림양행이라는 아몬드 수입 유통업체가 만든 브랜드입니다. 이곳을 이끄는 윤문현 대표(46)는 2006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아버지의 뒤를 이어 위태로웠던 회사를 이끌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그는 20대 후반이었습니다.
이렇게만 하면 아버지의 후광과 젊은 감각으로 신규 사업을 성공시킨 2세 사업가 정도로 생각되지만, 그는 새로운 도전을 꺼리고 어려워하는 조직의 관성과 맞서야 했습니다. ‘사장님 아들’이 시키면 하는 거지, 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생각의 관성이란 그렇게 쉽게 깨지는 게 아니니깐요.
“처음엔 회사 사람들 모두 저를 싫어했습니다. 어느 날 사장님이 쓰러지시고, 새파랗게 어린 아들이 와서 회사를 헤집고 있었으니까요.”
직접 ‘선수’로 뛰어가며 ‘사장이 또 이상한 소리하네’라는 표정을 짓는 직원들을 설득하는 과정은 쉽지만은 않았을 겁니다. 엉킨 실타래를 하나씩 풀다보니 여기까지 왔다는 그의 이야기에는 곱씹어볼만한 것들이 많았습니다.
국민 아기띠로 불리는 코니바이에린의 160g 초경량 아기띠는 임이랑 코니바이에린 대표(39)가 육아 과정에서 몸소 느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탄생했습니다. 첫째 아이를 낳은 지 40일쯤 지났을 무렵, 모유수유를 하던 임 대표에게 목 디스크(추간판탈출증)가 재발했다는데요. 급한대로 장비의 도움을 받자는 생각에 몸에 맞는 아기띠를 찾아 나섰는데, 만족스러운 제품은 없었다고 합니다. 이에 창업가 출신인 임 대표의 남편은 임 대표에게 ‘직접 만들어 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고요.
임 대표는 마케터 출신으로, 업계 사람이 아니어서 ‘무지의 상태’였기에 오히려 업계의 관성을 깨고 제품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시중에 마음에 드는 원단이 없어서 아기띠 전용 원단을 자체 생산했고, 공장 사장님의 핀잔을 들으면서도 비싼 실을 썼습니다. “저는 업계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오히려 관행에서 자유로웠던 것 같다”고요.
관성이란 건 신기합니다. 멈춰 있을 때는 멈춰 있는 것이 관성이 되지만, 일단 굴러가기 시작하면 움직이는 것이 관성이 됩니다. 시즌1에 만난 모든 이들은 멈춰 있는 돌을 굴려 새로운 궤도를 그려나가고 있었습니다. 돌을 굴리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일단 해보자’는 정신이었습니다.
“공부할 때 제일 중요한 건 모든 걸 완벽하게 하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 훑고 그 후 복습하는 것입니다. 공부와 마찬가지로 창업의 전체 과정을 훑어보고 싶었어요. 가볍게 시작해보고, 될 것 같으면 좀 더 보강해서 다시 해보자는 마음이었어요. ‘일단 해보자’는 마인드가 제 관성이기도 해요.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해보는 거죠.”
아침 식사가 왜 영어로 Breakfast인지 아시나요? Fast는 ‘금식’이란 뜻입니다. Break Fast는 ‘금식을 깬다’는 의미죠. BreakFirst는 이른 아침 당신의 허기를 가장 먼저 깨주는 뉴스레터입니다. 초심을 잊은 당신, 관성에 매몰된 당신을 위해 다양한 업계에서 ‘처음’을 만들어낸 이들을 만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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