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기회의 땅은 어쩌다 불평등의 땅이 되었나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9월 14일 01시 40분


2015년 노벨경제학상 수상한 저자
이민자의 눈으로 본 美 경제 민낯
개인 경험 곁들여 회고록처럼 서술
◇좋은 경제학 나쁜 경제학/앵거스 디턴 지음·안현실, 정성철 옮김/336쪽·2만3000원·한국경제신문

영국 스코틀랜드 출신으로 잉글랜드에서 자란 뒤 1980년대 미국으로 이주한 저자. 이민자로 미국에 정착해 학자이자 작가로 일가를 이룬 그는 ‘기회의 땅’ 미국에 경외감을 느꼈지만, 동시에 지구상 어느 나라보다 심각한 불평등에 충격을 받았다. 신간은 미국이 ‘불평등의 땅’으로 전락하는 과정에서 경제학과 경제학자가 어떤 과오를 저질렀는지를 짚는다.

미 프린스턴대 공공국제정책대학원 명예교수인 저자는 2015년 소비, 빈곤, 복지에 대한 연구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현실 정책에 깊이 관여하는 경제 전문가의 특성상 미국이라는 나라가 돌아가는 실상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책은 그가 25년간 영국 왕립경제학회에 기고한 원고들을 모아 편집한 내용으로 구성됐다. 최저임금, 건강보험, 빈곤 측정 시스템, 통계, 소득과 자산 불평등, 은퇴, 연금, 주식시장 등 주요 이슈를 놓고 경제학계와 정치권이 벌인 논쟁을 다룬다.

다만 저자가 ‘이 책은 나 자신과 다른 경제학자에 대한 자서전적 성격이 강하다’고 쓴 것처럼 학술서라기보다는 회고록처럼 읽힌다. 예컨대 미국 건강보험과 의료 시스템 문제를 지적하는 장에서는 고관절 수술을 받으며 의료시장의 불투명성에 분노한 자신의 경험담을 소개한다.

최저임금 논쟁을 다룰 때는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률을 떨어뜨린다는 통설을 엎기 위해 참신한 연구 방법을 도입한 동료 경제학자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노벨상과 노벨상 수상자를 다루는 장에서는 노벨 경제학상이 만들어진 계기나 자신이 경제학상을 수상했을 때의 경험 등을 썼다.

다양한 일화들을 통해 저자는 “우리는 정부와 시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더욱 현실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경제학이 돈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 사회학자, 철학자 등과 더 많은 교류를 하면서 인문학적 가치와 철학적 영역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철학자 피터 싱어, 퓰리처 수상 작가 매슈 데즈먼드 등이 이 책을 추천했으며, 2023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올해의 책’에 선정됐다.

#노벨 경제학상#이민자#미국#경제#영국 왕립경제학회#학술서#회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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