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터너티브 록’ 창시팀으로 통하며 1980년대 말을 풍미한 미국 록밴드 ‘제인스 어딕션’이 보컬 페리 패럴과 기타리스트 데이브 나바로가 공연 도중 물리적 다툼을 벌인 이후 남은 투어를 취소했다.
17일(이하 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제인스 어딕션은 전날 자신들의 소셜 미디어에 미국·캐나다에서 예정된 재결합 투어를 취소한다고 공지했다. “그룹으로서 잠시 휴식을 취하기로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이번 주말 코네티컷 브리지포트 공연을 포함 15개 공연이 취소됐다.
이번 투어는 제인스 어딕션 원년 멤버들이 14년 만에 뭉친 콘서트라고 미국 음악 전문 롤링스톤은 전했다. 1980년대 말과 1990년대에 인기를 누린 이 밴드는 북미 투어의 중간인 지난 13일 보스턴 리더 뱅크 파빌리온(Leader Bank Pavilion)에서 사달을 냈다.
소셜 미디어 뉴스에이전시 ‘스토리풀(Storyful)’이 검증한 콘서트 관객의 촬영 영상에서 패럴은 공연 도중 나바로의 어깨를 내리치고, 관계자들에 제지 당하기 직전에 그에게 주먹을 날렸다. 특히 패럴은 나바로에게 고함을 치거나 그를 향해 몸을 구부리는 등 흥분한 것처럼 보였다.
나바로는 전날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보컬의 정신 건강 문제”로 인해 밴드 투어 취소를 결정했다는 내용의 성명을 공유했다. 밴드의 다른 멤버들인 에릭 에이버리, 스티븐 퍼킨스도 서명한 이 메시지엔 “패럴의 개인적 건강과 안전, 우리 자신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 다른 대안이 없다. 우리의 마음이 찢어졌다”는 메시지도 포함됐다.
같은 날 패럴은 대변인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이번 주말은 엄청나게 힘들었다. 반성의 시간을 가졌고 금요일 공연에서 제 행동에 대해 밴드 동료, 특히 데이브 나바로, 팬, 가족, 친구들에게 사과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고개를 숙였다. “제 한계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행동으로 이어졌다. 제 방식에 대해 전적인 책임을 지겠다”고 덧붙였다.
패럴의 아내 에티 라우 패럴은 콘서트 후 인스타그램에 “남편이 투어 내내 밴드의 사운드가 자신의 보컬을 가린다는 것에 대해 화가 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명과 인후통을 앓고 있다”고 썼다. 뉴욕타임스는 “패럴의 아내는 남편이 그저 들리기 위해 비명을 질렀다고 말했다. 나바로가 침착함을 유지한 것에 대해 칭찬했지만 에이버리가 싸움에 끼어들어 패럴을 때렸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해당 장면은 영상에 담기지 않았다”고 전했다.
일부 콘서트 관람객은 보스턴 공연 전에 이미 패럴에게 문제의 징후가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 밴드의 오랜 팬이자 라디오 프로듀서 겸 DJ인 조지 잉마이어는 뉴욕타임스에 “8월 말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콘서트에서 패럴이 마이크에 대고 소리를 지르며 노래 사이에 이상한 말을 했다. 뉴올리언스가 헤로인을 사기에 좋은 곳이라고 말했다. 그것이 불쾌해 중간에 나갔다”고 주장했다.
1980년대 중반 로스앤젤레스에서 결성된 제인스 어딕션은 1990년 발매한 앨범 ‘리츄얼 드 로 허비츄얼(Ritual de lo Habitual)’(1990)에 수록된 MTV 히트곡 ‘빈 코트 스틸링(Been Caught Stealing)’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또 다른 히트곡 ‘저스트 비코즈(Just Because)’(2003)는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에 9주 동안 머물렀고, 72위까지 찍었다.
특히 패럴은 미국 대형 음악 축제 ‘롤라팔루자’의 발화점이 된 인물로도 유명하다. 1991년 패럴이 제인스 어딕션의 작별 투어로 고안했던 것이 이 페스티벌의 시작이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