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
때로 괴이한 존재를 믿게 한다
◇비나이다 비나이다/신도윤 지음/380쪽·1만7000원·한끼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한국의 ‘귀신’이라는 개념은 범신론적인 귀신과 죽은 자의 넋(사령·死靈)을 모두 포함한다. 범신론적인 귀신은 다시 성스럽고 신이한 초자연적인 존재와 무섭고 괴이한 탈자연적인 존재로 나뉜다. 성스럽고 신이한 존재는 공동체가 섬기는 신앙과 외경의 대상인 반면에 무섭고 괴이한 존재는 주술에 의해 쫓아내야 할 해로운 대상이다.
그러나 인간은 연약하다. 사람이면 누구나 다치거나 병드는 경험을 한다. 모든 인간은 나이 들면 언젠가는 죽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인간은 당장 눈앞의 이익을 좇아 무섭고 괴이한 존재를 신앙과 외경의 대상으로 섬기기도 한다. ‘비나이다 비나이다’는 바로 그런 이야기다. 주인공 최이준은 어린 시절 화재로 가족을 모두 잃는다. 성장하여 초등학교 교사가 된 이준은 외딴 지역에 자원해서 찾아간다. 도시와 사람들에게서 벗어나 자신의 동생을 연상시키는 어린이들을 가르치며 살아가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준의 이런 소박한 소망은 발령지 ‘한사람 마을’에 도착한 뒤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변해 버린다.
이 작품의 특이한 점은 ‘한사람 마을’이 비밀을 숨기고 있는 외딴 오지인데도 작가가 마을 사람들을 아주 밝고 평범하게 묘사한다는 것이다. 마을은 찾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이준이 간신히 찾아갔을 때도 경비 역할을 맡은 마을 운영팀의 허락을 받아야만 들어오거나 나갈 수 있을 정도로 폐쇄적인 공동체다. 마을의 가장 큰 비밀을 숨긴 교회는 이장이 항상 잠가 놓는데, 일요일이 되면 사람들이 피가 흐르는 봉투를 들고 교회로 향한다.
이장은 목에 언제나 걸고 다니는 십자가 안에 교회 열쇠를 숨겨 다니며, 목사 역할을 하고 설교도 한다. 여기까지 작가는 일반적인 기성 종교의 용어나 상징을 사용한다. 그런데 이 교회는 기성 종교의 예배 장소가 아니다. ‘제물’이나 ‘천벌’ 등 민속신앙에서나 사용할 만한 어휘와 개념이 이 교회와 마을 사람을 지배한다. ‘신’은 마을에 직접 내려와 사람들의 삶을 건드리고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다), 그 대가로 피와 고기를 요구한다. 이준은 이들이 섬기는 신이 과연 신앙과 외경을 바칠 만한 상대인지 아니면 음험하고 해로운, 쫓아내야 할 존재인지 처음에는 의심한다. 그러나 신이 기적을 일으키는 모습을 직접 본 뒤에는 오직 한 가지 열망만이 이준을 지배하게 된다.
‘공포, 호러’라는 작품 분류에서 알 수 있듯 후반부의 전개는 그다지 행복하지 않다. 그러나 파국으로 치닫는 결말에도 불구하고 ‘비나이다 비나이다’에는 악인이 없다. 이 점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자신과 가족이 건강하게 무사히 지내기를 원하는 가장 인간적인 소망에 따라 행동한다. 상실과 파멸을 그저 가만히 앉아서 받아들일 수 없는 인간이기 때문에 우리는 모두 신 앞에서 무기력한 존재인지도 모른다. 그 신이 진짜 신인지 요괴인지 그것조차 알지 못하는 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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