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그림보다 재미있는 작품 뒷 이야기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9월 21일 0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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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기묘한 미술관/진병관 지음/300쪽·1만7800원·빅피시

멕시코 화가 디에고 리베라의 1942년 작 ‘꽃을 파는 사람’을 들여다보자. 결혼식 부케로 인기 있는 꽃 칼라가 작품 가득 그려졌다. 조명처럼 환한 칼라 밑엔 여인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자기 몸보다 큰 꽃바구니를 등에 멘 채다. 처음 그림을 마주하면 화려하고 아름다운 칼라에 시선을 뺏기지만 바구니를 멘 여인을 발견하면 그녀의 삶의 무게를 더 의식하게 된다. 아름답지만 고단함이 함께 느껴지는 아이러니한 작품이다.

화가 리베라의 인생 또한 그러했다. 그는 스스로 ‘그림 그리는 노동자’라고 여기며 하루에 18시간 이상 그림을 그렸다. 말년에는 팔에 마비 증상이 왔지만 그리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유럽 미술만이 예술로 인정받던 시대에 미술이란 모두를 위한 것임을 일깨운 혁명가 리베라. 그의 빛나는 이력 뒤엔 꽃으로도 숨길 수 없는 고단한 삶이 있었다.

그림 뒤편의 이야기를 알면 그림이 더 잘 보인다. 프랑스 문화부 공인 문화해설사인 저자의 설명을 곁들인다면 금상첨화다. 저자의 전작인 ‘기묘한 미술관’(빅피시·2021년), ‘위로의 미술관’(빅피시·2022년)은 각각 3만 부 이상 팔렸다. 특히 ‘기묘한 미술관’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미술관을 이전처럼 찾기 어려워진 2021년 출간 즉시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랐다. 전작에선 비교적 대중적인 작품을 주로 다뤘다면 ‘더 기묘한 미술관’에선 잘 알려진 화가의 숨겨진 이야기 혹은 잘 알려지지 않은 화가의 새로운 이야기를 소개한다. 작품의 배경 지식인 사조, 화풍, 기법에 대해서도 교양 수준에서 두루 다뤄 이해하기 쉽다.

역사도 함께 알게 되는 건 덤이다. 1904년 독일에서 태어난 유대인 화가 펠릭스 누스바움은 벨기에에 정착하지만 1940년 독일군이 벨기에를 침공한 후 남프랑스 수용소로 보내졌다. 참혹한 도피 기간에 그는 ‘유대인 신분증을 든 자화상’ ‘피난처’ ‘광란의 광장’ 같은 작품을 남겼다. 누스바움은 1944년 ‘죽음의 승리’를 그리고 아우슈비츠행 열차에 실려 가 가스실에서 사망했다. 그가 탔던 열차가 아우슈비츠로 가는 마지막 열차였다.

#미술#화가#사조#화풍#기법#작품 뒷 이야기#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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